지난달 실업자가 114만 명에 이르러 2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5월부터 석 달 연속 ‘외환위기 이후 최대’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는 113만8000명이었다. 7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9년(147만6000명) 후 가장 많다. 작년 같은 달보다는 4만1000명 늘었다. 21년 만의 최고 실업률이 5월부터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고용 충격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실업률(4.0%) 역시 7월 기준으로 1999년(6.7%) 후 가장 높았다.
일도 안 하고 구직 활동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세는 더 빠르다. 7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655만1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였다. 작년 동월보다 50만2000명 불어났다. 5월 55만5000명, 6월 54만2000명 등에 이어 50만 명 이상 증가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7만7000명 줄어든 2710만6000명이었다. 취업자는 올 3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이어지던 2009년 1~8월 이후 11년 만에 최장 기간 감소했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는 “고용 상황이 여전히 어렵지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5월부터 고용 상황이 매달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팩트’”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이 다른 회원국에 비해 고용시장 악화 수준이 낮다고 진단했다”고 했다.
반면 60세 이상을 제외한 계층의 취업자는 지난달 65만6000명 줄었다. 지난 5월(-69만4000명), 6월(-69만 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인을 제외한 대부분 연령층은 고용 부진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대의 고용 사정은 되레 악화하고 있다. 20대 취업자 감소폭은 5월 13만4000명, 6월 15만1000명, 7월 16만5000명으로 커졌다. 상당수 민간 기업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있고, 청년이 많이 종사하는 아르바이트직은 취업자 감소가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임시·일용근로자는 1년 전보다 43만9000명 줄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17만5000명 감소해 개인사업자의 어려움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6만1000명), 운수·창고업(5만8000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4만4000명) 등은 증가했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공공일자리 재개, 운수·창고업은 비대면 배달 서비스 수요 확대 등의 영향이 컸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55만1000명으로 50만2000명 늘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은 231만9000명으로 22만5000명 늘었다. 역시 7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올 3분기부터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고 하지만 개선 수준은 작을 것”이라며 “통상 고용 회복은 경기 회복 속도보다 더뎌 취업자 감소세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집중 호우로 경기 개선 흐름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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