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前 꼭 동의 받아야?…'비동의 강간죄'가 뭐길래

입력 2020-08-12 11:47   수정 2020-08-12 11:49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비동의 강간죄' 법안을 오늘(12일)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동의 강간죄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경우를 포함해 폭행·협박·위계·위력 등으로 유형화해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다.

류호정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현행법이 강간죄 구성요건으로 폭행과 협박만을 인정하고, 또 그 폭행과 협박이 현저히 저항이 불가능한 경우만 인정하고 있어 많은 피해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류호정 의원은 "현행 형법에선 업무상 관계가 아니면 위계·위력을 통한 성범죄 처벌이 어렵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 '종교인과 신자' '상담자와 내담자' 등 실제 위계·위력이 작동하는 분야가 많아졌다"면서 "개정안에는 업무상 관계가 아니더라도 위계·위력에 의한 강간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화계나 체육계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상 관계가) 업무상이 아니다"라며 "이런 특수고용 분야에서도 처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동의 강간죄'가 동의된 성관계 후 무고를 부추길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동의 없이'라는 문구가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의문을 많이 표하지만 기존에도 '양해·승낙·위계·위력' 같은 추상적 용어들이 있다"면서 "오해가 많지만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동의 강간죄의 개념은 2018년 '미투(Me too)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20대 국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진 못했다.

비동의 강간죄의 핵심은 형법을 개정해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협박 등 '가해자의 유형력 행사'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강화하는 것이다. 강압이 없었다고 해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행위라면 처벌하자는 쪽에 무게를 뒀다.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공포심이나 수치심 때문에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가해자가 유형력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은 경우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비동의 강간죄는 이미 여러 국가가 시행하고 있고 국제기구가 도입을 권고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동의 강간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이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한다. 합의한 관계였지만 이후 동의가 없었다고 고소해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악용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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