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철수한 외국인투자기업이 173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거의 세 배로 늘어난 수치다. 한일관계 악화 등 여파로 일본기업의 철수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2일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서에서 산업연구원과 NICE평가정보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철수한 외투기업은 2016년 68개에서 2017년 80개, 2018년 68개에서 작년에는 173개로 늘었다.
지난해 철수한 외투기업의 국적을 살펴보면 일본기업이 45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35개, 홍콩 17개, 케이만군도 10개, 네덜란드 8개, 버진아일랜드 8개, 중국 7개, 싱가포르 7개, 독일 5개 등이 뒤를 이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46.2%, 도소매업 13.3%, 출판·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 8.1%,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7.5% 등 순이었다. 제조업에서는 기계·장비 21.3%, 전자부품 20%, 자동차·트레일러 10%, 1차금속 8.8% 등 업종 기업의 철수가 많았다.
지난해 새로 국내에 들어온 외투기업은 56개로, 전년 대비 35개 줄었다. 순증감(신규-철수)은 -117개였다.
철수 요인으로는 경영성과 악화, 본사의 전략 변화, 한일관계 악화 등이 꼽혔다. 일본계인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는 1999년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이 오티스(OTIS)에 매각되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가 2017년 다시 진출했는데, 작년에 다시 철수했다. 현대자동차가 서울 삼성동에 건설 중인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에 초고속 엘리베이터 수주에 실패하는 등 국내에서 저조한 실적을 낸데다, 본사가 중국, 싱가폴, 대만 등의 아시아 시장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수정한 것이 요인으로 꼽혔다. 임은정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일본기업의 대거 철수는 지난해 한일관계 악화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업황 불황으로 철수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신문용지업계 4위 기업이었던 미국 보워터코리아는 2017년 목포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국내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고서 작년에 철수했다. 원재료 가격상승과 공급과잉 등이 요인으로 분석됐다.
국내에 있는 외투기업 중 한국의 경영 환경에 만족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KOTRA의 외투기업 경영 환경 애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투기업의 한국에 대한 만족률은 2013년 45.5%로 가장 높았다가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19년 조사결과 26.7%까지 하락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외국인투자기업의 인센티브 지원 요건 등의 재검토를 통한 보완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재 국내 외국인투자기업 철수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집계 및 발표되지 않고 있다. 산업연구원 등은 기업활동조사, KIS-VALUE 등 경영활동 자료를 활용해 외투기업의 철수 현황 및 실증분석을 했다. 관측 시점에 해당 기업의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외투기업으로서의 활동이 중단되었다고 판단해 철수 현황을 파악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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