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이란 정부, 국민에 석유 투자 시장 연다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입력 2020-08-13 11:12   수정 2020-11-11 00:02


이란이 처음으로 자국민에 석유 투자시장 문을 연다. 기존엔 이란 정유업체와 무역업자들만 거래할 수 있었지만 미국의 제재로 석유 수출길이 끊기고 시장 내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일반 국민에도 시장을 열어주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은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이란 국민들이 이란 석유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계획안이 이란 최고경제조정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인해 시장에 현금 유동성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이란 석유 투자시장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란 반관영 에크테사드뉴스는 이란에너지거래소(IRENEX)가 2억2000만배럴 규모 원유에 대해 이슬람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선물 거래와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가 일반 국민이 석유에 투자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작년 이란의 원유 수출을 금지했고, 이를 피해 기존 그레이마켓(회색시장)에서 거래하던 원유 수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크게 줄면서 자국 내 투자 시장이라도 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란 최대 민간 투자은행인 노빈투자은행의 마수드 골람푸어 애널리스트는 "수출할 수 없는 석유를 이용해 국내 투자 시장을 창출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 이후 석유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이란 원유 수출량은 일평균 20만배럴 수준이다. 미국이 이란핵협정을 탈퇴하기 전인 2018년4월 이란 원유 수출량(일평균 250만배럴)의 8% 수준에 불과하다.

이란은 석유 상품 판로를 소폭 다각화하는 식으로 미국의 제재에 대응했다. 미국이 2018년 한국·중국·인도·일본 등에만 예외를 두고 이란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대(對)이란 제재를 발표하자 그간 국영석유회사(NIOC)만 통했던 원유 거래를 IRENEX에서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석유 수출 예외조항이 만료된 작년부터는 주로 제3자 재판매 등 정식 경로를 우회하는 회색시장에서 석유를 내다팔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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