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잠드소서', 여주시 위안부 피해 이용녀 할머니 넋 담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

입력 2020-08-13 15:03   수정 2020-08-13 16:00


여주시가 79년여만에 고향인 여주로 돌아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니의 넋이 담긴 평화의 소녀상을 오는 15일 한글시장 입구에 제막한다. 여주시 제공




경기 여주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2013년 8월, 향년 87세로 타계한 고 이용녀 할머니의 넋을 담은 '여주 평화의 소녀상'을 한글시장에서 제막한다. 제막식은 제75회 광복절인 오는 15일로 일본의 전쟁 범죄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선 이 할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다.

13일 시에 따르면 이 할머니의 넋을 위로하는 평화의 소녀상은 2019년 2월 출범한 여주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돼 모금한 4900만원으로 제작됐다. 평화의 소녀상은 앞서 지난 7일 한글시장 입구에 설치됐다.

여주가 고향인 이 할머니의 넋은 79년여만에 귀향하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1926년 여주에서 태어나 16세인 1941년 일본군에 의해 연행돼 싱가폴과 미얀마 등지에서 위안부 피해자로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부산항으로 귀국 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지척거리의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 머물다 정신적 스트레스 등 위안부 피해 후유증으로 2013년 8월 타계했다.


이 할머니는 나눔의 집에 머물던중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려 2000년 12월 7일 일본 도쿄 구단회관에서 열리는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법 국제법정’과 2000년 9월 18일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위안부 관련 소송 원고 1명으로 참석했다. 국내외 증언을 통해 일본의 전쟁 범죄 고발과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한 이 할머니는 소녀상이 돼 꿈에 그리던 고향 여주에 돌아왔다.

이항진 시장은 “아픈 역사의 굴곡에서 젊음과 꿈을 송두리째 빼앗긴 할머니들의 넋을 위로하고 여주평화의 소녀상으로 돌아온 이용녀 할머니가 고향 여주의 품에서 편히 잠드시길 기원한다”며 "미래 세대들에게 국가의 중요성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조각으로 영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선 작가가 약 10개월에 걸쳐 제작한 이 할머니의 넋이 담긴 평화의 소녀상은 가로 200㎝, 세로 130㎝, 높이 220㎝의 청동 소녀상으로 재탄생됐다. 소녀상은 할머니의 넋이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편히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나비와 일본 침략이라는 거센 역사의 바람에 맞서며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으로 형상화 됐다.


또 소녀상 오른 손에 놓인 작은 새는 평화와 희망을 상징하고, 손을 높이 들어 새를 받들고 있는 모습은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꾸짖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오는 15일 여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는 이항진 시장을 비롯해 김선교 국회의원, 박시선 여주시의회 의장 등 지역의 각급 기관단체장과 이영선 작가, 이용선 할머니 가족, 시민 등이 대거 참석한다.

방송인 김미화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제막식은 김미진 등 지역 무용인들, ‘이등병의 편지’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가수 김현성씨, 타악그룹 ‘야단법석’ 등이 식전행사를 펼친다.

이어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경과보고, 작가의 작품 해설과 함께 이용녀 할머니의 둘째 아들인 서병화씨가 ‘어머님께 드리는 글’을 여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낭송하고, 여주 평화의 소녀상 주제곡인 허진 작곡의 ‘가거든’을 여주평화의소녀상 청소년 오디션에서 우승한 김효린 양이 부르며 이용녀 할머니를 추모하는 시간도 갖는다.

한편 시는 그동안 제막행사를 위해 시의회 승인을 거쳐 제막행사 보조금을 지원하고, 여주평화의 소녀상 공공조형물 건립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에 앞장서 왔다. 여주=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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