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오토바이를 빌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을 경우 ‘자동차 보유자’가 아니므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경북 울진군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번호판이 없는 미등록 사륜 오토바이를 몰다가 적발됐다. 검찰은 A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과 함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자동차손해배상법에서 정하는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차를 도로에서 운행해선 안되는데, A씨가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운전을 했다는 것이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지인이 밭에 갈 때 사용할 용도로 구입한 미등록 오토바이를 A씨가 빌려 타다가 적발된 사실을 고려해서다.
재판부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의 주체는 ‘자동차 보유자’이고, 자동차 보유자란 자동차의 소유자 혹은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라며 “자동차를 (지인 등으로부터) 빌린 자가 이를 이용했다는 사정만으로 그를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가 앞서 6차례에 걸쳐 음주 또는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전력이 있으며, 다른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에 이번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해 1심과 같은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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