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존중·복지확충·환경보호 등을 담은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정강정책이 공개됐다. 과거 2012년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중도화 전략으로 새누리당에 총선과 대선 승리를 안긴 김종인식 중도잡기 전략이 다시 한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다.
김병민 통합당 정강정책개정 특별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회공정 △경제혁신 △경제민주화 △노동 △정치개혁 △사법개혁 △환경 △복지 △양성평등 △외교·안보 등 총 10개의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산하의 정강정책 특별위원회는 지난 6월 출범 후 2개월동안 “당을 개혁하겠다”는 목표로 새로운 정강정책의 고안해왔다.
정강정책에는 1조 1항에 담긴 기본소득 도입,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 등은 물론 노동 존중, 환경 보호, 양성평등 등이 전방위적으로 포진됐다. 이밖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인사수석실 폐지, 기초의회·광역의회 통폐합,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대통령 임면권 폐지 등도 담겼다.
그동안 보수 진영과 궤를 달리했던 가치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평가다. 과거 2012년 새누리당에서의 ‘좌클릭’,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서의 ‘우클릭’으로 성공을 거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중도정당 만들기’ 시도가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병민 위원장은 “정강정책을 만드는데 있어서 정무적인 판단은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에 돌아서고 있는 중도나 중도진보층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서 상당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동시에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내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통합당 의원은 “정강정책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 등이 도대체 정확히 뭘 말하는건지 모르겠다”며 “지금 시점에 보수정당이 제시할만한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과거 새누리당 총선, 대선 승리 이후 김 위원장과 현역 의원들 사이에 벌어진 내부갈등이 또다시 나타날수도 있다는 당내우려도 나온다. 당내 반발이 거셌던 4선 연임금지 조항이 결국 정강정책에 포함되면서 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대선 승리를 위한 위장 중도전략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속이 쓰리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중도층 10%를 잡기위한 전략이라고 판단해 반발을 자제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면서 “전통적인 지지층들에게도 ‘집권이 무엇보다도 제1 목표’라는 말로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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