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분기 820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이 2분기 실적을 근거로 "그간 탈원전으로 인해 적자가 났다는 비판은 틀렸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역대급 저유가'로 실적 크게 개선
13일 한전은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이 8204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9285억원의 적자를 봤다.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을 보면 3898억원으로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상반기 매출액은 28조16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7억원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력판매가 줄어든 영향이다.흑자 원인을 뜯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원료가 하락으로 자회사들과 민간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오는 비용이 2조6000억여원 줄었다는 설명이다. 연료비 역시 유연탄과 LNG(액화천연가스) 등 연료가 하락으로 전년동기대비 1조4000억원 줄었다.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원유(WTI)를 기준으로 4월 저점을 찍은 뒤 이달 들어 40달러 안팎을 오가는 등 1월 최고점(배럴당 63.27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전 "원전보다 유가가 실적 영향 커"
한전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원전이용률이 소폭 하락했음에도 저유가로 인해 실적이 개선된 건 한전 실적이 국제 연료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탈원전으로 인해 한전 적자가 초래됐다는 그간의 비판이 타당하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고 강변했다. 근거로는 한전 영업이익과 두바이유가가 반비례 관계라는 내용의 그래프를 첨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아전인수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료비가 한전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탈원전으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됐다는 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서다. 예컨대 한전이 제시한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한전이 1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당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4달러였다. 하지만 두바이유가 배럴당 97달러를 기록하는 등 유가가 훨씬 높았던 2014년에는 한전 영업이익이 5조8000억원에 달했다. 한전 논리대로라면 2014년보다 2019년 영업실적이 대폭 악화된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전이 든 또다른 근거는 원전이용률이 소폭 하락(79.3→77.6%) 했는데도 영업이익이 되레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가는 30% 이상 대폭 내린 점을 감안하면 궁색한 근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원전 이용률이 높았던 2014년 (85.4%)과 2015년 (85.9%)에는 유가가 높아도 큰 폭으로 이익이 났고, 유가 하락시 영업이익이 10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발표를 앞두고 여론 환기 차원에서 이 같은 '끼워넣기식' 탈원전 옹호 주장을 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전은 14일 "한전 실적은 유가뿐 아니라 설비투자와 요금 할인, 재세공과금 등 다른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2014년보다 올해 유가가 낮았음에도 당시 흑자 폭이 컸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해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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