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위로 쌓는 기술' 세계 첫 적용

입력 2020-08-13 16:54   수정 2020-08-14 01:45

삼성전자가 7나노 극자외선(EUV)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을 적용한다. 세계 반도체업계 최초의 시도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제조 기술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13일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인 엑스큐브를 활용한 테스트칩(사진)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엑스큐브는 전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 칩을 위로 쌓아 올리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시스템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핵심 기능을 하는 로직 부분과 캐시메모리(자주 하는 작업과 동작을 저장해두는 임시 기억공간)의 기능을 담당하는 SRAM으로 나뉜다. 이 두 부분을 평면으로 나란히 배치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설계 방식이었다.

삼성전자는 로직과 SRAM 부분을 위로 쌓는 방식을 활용했다. 전체 칩 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완제품 설계가 한층 더 자유로워진다.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활용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TSV는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단 칩과 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다. 와이어로 칩을 연결하는 종전 기술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전기도 적게 소모한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마켓전략팀 전무는 “엑스큐브는 10년 안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현실로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엑스큐브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고객사를 겨냥해 내놓은 기술이다. 고객사들은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할 때 엑스큐브의 방법론과 도구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칩을 개발할 수 있다. 업계에서 검증이 끝난 삼성전자의 생산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어 칩 개발 기간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엑스큐브의 기술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파운드리업계 1위인 TSMC와 경쟁할 수 있는 ‘무기’를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온라인으로 여는 고성능 반도체 연례 학술 행사인 ‘핫칩스 2020’에서 엑스큐브의 기술 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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