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짜리 요트, 4000만원짜리 캐러밴, 5000만원짜리 카메라….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은 여느 롯데하이마트 매장과 다르다. 각종 초고가 제품 뿐만 아니라 네일숍, 캐릭터 제품숍, e스포츠 경기장, 어린이 놀이시설 등 가족 단위 쇼핑객의 발길을 이끌 만한 집객 시설이 많다. e커머스(전자상거래)로 빠지는 소비자들을 돌려세우기 위한 전략이다.
전략은 통했다. 지난 1월 새 단장해 문을 연 이후 롯데하이마트 잠실점 매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 주말(8월 9일)까지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 TV, 냉장고, 세탁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0%, 120%, 113%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의 매장 기획을 맡고 있는 MD전략팀은 지난해 초 이대로 밀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생존 전략이 필요했다. 당장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일단 소비자가 찾는 매장을 만들어야 했다.
고민 끝에 도출한 키워드는 ‘재미’였다. 인간은 단순히 물건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쇼핑하지 않는다. 쇼핑의 즐거움은 인류에게 각인돼 있는 사냥과 채집 본능에서 출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인용되는 분석이다. 롯데하이마트 MD전략팀은 이런 사냥의 재미를 일깨우는 매장을 열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깊이’였다. ‘덕후들의 놀이터’로 꾸미기로 했다. “음향 기기를 구매하러 온 소비자라면 만원짜리 이어폰부터 1억원짜리 초고급 스피커까지 모두 체험해보고 고를 수 있어야 한다”(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는 철학이 반영됐다.
요트존에는 실제 요트가 전시돼 있다. 패들보드, 서핑보드부터 수중드론까지 해양 스포츠 관련 용품이 모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트렌드로 자리잡은 캠핑 전시장엔 대형 캐러밴과 캠핑용품이 실물로 전시돼 있다. 소비자들은 캠핑 의자에 앉아 나들이 기분을 내며 쉬어 가기도 한다.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IPTV)를 체험할 수 있는 유플러스 아이들나라 체험관은 ‘키즈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공지훈 롯데하이마트 MD전략팀 매니저는 “주말에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 아이를 이곳에 두고 매장을 둘러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발뮤다, 다이슨 등 최근 인기가 높은 명품 소형가전 매장도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선 매장 직원이 인조 모발을 활용해 최근 제품이 없어서 못 산다는 ‘다이슨 에어랩 컴플리트’를 시연한다.
구글에서 만든 IoT(사물인터넷)존도 있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 전시관을 재현한 듯했다. 기자가 “오케이 구글, TV로 유튜브 틀어줘”라고 말하자 “네, 거실에서 유튜브 추천 동영상을 재생합니다”라는 답과 함께 TV에서 유튜브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1인 미디어존 ‘사운드캣’엔 마이크, 믹서, 음향 컨트롤러 등 유튜버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제품들이 가득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런 메가스토어 매장을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상반기 경기 수원에 2호점, 안산에 3호점을 열었다. 오는 28일 울산에 4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연내 총 여섯 곳의 메가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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