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숙 마음산책 대표(사진)는 최근 출간한 《스무 해의 폴짝》을 출간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책은 문인 20여 명과의 대화를 통해 책과 글쓰기, 문학이 작가와 사회에 어떤 의미인지 점검하고 돌아보는 내용을 담은 인터뷰집이다. 정 대표는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소설가 김숨 백수린 손보미 김금희 정이현 김연수 이승우와 시인 김소연 김용택 권혁웅 황인숙, 문학평론가 신형철, 번역가 백선희 등을 인터뷰했다. 그는 “작가들이 말하는 문학의 항구적 가치를 직접 들으며 마음이 뜨거워졌다”며 “세상이 변해도 출판의 가치는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고 말했다.
출판사 대표가 인터뷰집을 낸 건 국내에선 거의 유례가 없다. “편집자 경력만 35년이죠. 물론 다른 필자를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가장 궁금한 사람이 물어봐야 더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요. 출판사 대표로서 평소 책 출간 때문에 작가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마다 글쓰기 습관이나 문학을 하게 된 이유를 깊이 있게 묻고 싶었습니다. 작가들을 통해 앞으로 출판사를 이끌고 나갈 힘을 얻고 싶었습니다.”
정 대표는 신형철 평론가와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난 스무 해 동안의 국내 문학계를 차분히 정리해주는 느낌이 좋았다고 한다. “조선대에서 한 가장 마지막 인터뷰인데 책에는 맨 앞에 실었어요. 원래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분인데 인터뷰 준비도 많이 하셨더라고요. 2000년대 들어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던 학원 문학이 2010년대에 이르러 여러 가지 달라진 상황을 맞아 다시 현실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어요. 현실과 문학, 작가와 문학이 한번에 정리되는 게 마치 시냇물을 졸졸졸 따라오다 바닷물을 만난 느낌이었죠.”
그는 각양각색의 색깔을 지닌 작가들이지만 그 안에서 묘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바로 ‘젊은 독자에 대한 갈망’과 ‘성실성’이었다. “등단 40년이 넘은 이승우 작가도 문학의 항구적 가치만큼이나 청년 독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청년 독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은 젊은 독자를 발굴하고 소통해야 하는 출판사에도 중요하죠. 또 작가들 모두 어떤 폭발적인 힘에 의해 글을 써 나가는 게 아니라 메모하듯 성실하게 매일 조금씩 밀고 나가는 힘을 갖고 있었어요. 문학이 재능과 천재성, 예술적 광기가 아니라 성실성에 의해 탄생된다는 걸 알게 됐죠.”
정 대표는 “문학이 주는 기쁨이 있다면 바로 삶의 풍요로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학 속 문장을 음미하거나 문학적 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각자에게 주어진 단일한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의 입체적 삶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책을 통해 자기 삶에 문학을 들이고 문학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산책, 520쪽, 1만8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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