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조치 연장을 논하기 이전에 공매도 규제와 관련한 정책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공매도 금지조치 마감(9월 15일)을 한 달 앞두고 13일 오후 4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 토론회에선 금지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연장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국내 공매도 제도의 허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공매도와 관련한 제도가 미비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동엽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의 주제 발표를 시작으로 좌장 안희준 한국증권학회 학회장의 진행하에 고은아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반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외국계 증권사를 대표해 패널로 참석한 고은아 상무는 공매도 금지조치가 증시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공매도 금지조치가 장기화되면 MSCI 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축소될 수 있어서다. 고 상무는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헤지용 자금과 롱쇼트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에서 한국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며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는데도 공매도 금지조치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와 연기금에서 한국 투자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
반론도 제기됐다. 김상봉 교수는 공매도 금지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공매도 금지조치 기간에도 유동성은 계속 공급됐고 외국인 투자자 자금 또한 7월 말부터 유입되고 있다”며 “공매도 금지조치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그사이에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이 이용하는 대주거래는 대여종목 및 기간이 제한되고 거래비용이 높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비해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외국인과 기관에만 유리한 공매도는 명백한 평등권 위배”라며 “불법 공매도로 10억원을 벌어도 과태료 1억원만 내면 끝인 현 처벌조항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증권사가 공매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공매도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환 소장은 “한국의 공매도 규제가 미국, 일본 등 선진시장보다 강한 것은 외국인, 기관, 금융회사의 불법 공매도 때문이었다”며 “기관에서 제도를 미리 완비했다면 규제 강도가 지금처럼 세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매도 제도 개선 이전까지는 일단 공매도 금지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세운 연구위원도 “공매도는 신용거래와 향후 주가 흐름의 예측 방향만 다를 뿐 구조는 동일하다”며 “참여의 평등성이 보장된다면 일반투자자도 공매도로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개인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줄 수 있는 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매도 투자자의 25%가 개인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