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13일 오후 4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공매도의 시장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방향' 토론회를 진행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동엽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공매도가 허용되면서 하락장에서 가격 하락이 더 가속화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며 "공매도가 금지되지 않았다면 코로나 사태에서 더 하락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관, 해외투자자 조건이 다르고 개인이 공매도를 활용하기에 불리한 여건이니 결과적으로 불평등하다는 반론도 있다"고 제시했다.
외국계투자은행에선 공매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고은아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공매도 금지로 한국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상무는 "3월16일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외국계 투자회사 중에 공매도를 헷지수단으로 사용하거나 롱숏 전략으로 활용한 전략이 어려워졌다"며 "한국 시장을 꺼리는 현상이 생겼고 공매도 재개가 늦어지면 이런 경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매도 금지가 연장되면 외국 자금이 한국 대신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터키 시장을 예로 들었다. 터키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이머징 마켓에 포함돼 있었는데, 지난해 10월 정치적 문제로 공매도가 금지됐다. 이에 MSCI에선 한 단계나 두 단계 강등하겠다는 경고를 내렸고, 터키에선 지난달 공매도 금지를 해제했다.
그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것에 대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금 유입이 줄게 되면 주식시장은 물론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공매도 금지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코로나 이후 매주 외국인 투자자가 얼마나 들어왔는 지 계산했는데, 공매도가 금지된 7월말 14억5000달러가 들어왔다"며 "외국인들이 공매도 금지와 상관없이 여전히 한국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매도가 재개되면 부동산이 들썩이거나 해외로 다시 돈이 나갈 것"이라며 "내년까지 연장하고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공매도로 한국증시가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2010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46% 정도 됐지만 주가는 16% 올랐다"며 "공매도 금지 기간에 보통 주가는 상승했는데 우리는 미국, 상해 증시와 비교해도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전 종목에 대해 1년간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며 "선진국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 불법 무차입 공매도 실시와 관련해 감시 시스템 작동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없으면 외국인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최근 한투연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답변했다.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63.6%, 폐지도 38%나 됐다. 재개해야 한다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증시에선 전체 공매도의 25%가 개인이 한다"며 "이는 중앙집중 방식으로 주식을 빌려줄 수 있는 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우리도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매도와 관련해 발언한 정치인들도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공매도 제도는 시장교란 행위로 활용돼 불공정거래를 양산했다"며 "공정하지 못한 제도로 악용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매도 재개는 충분한 시장 여건이 갖춰진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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