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이해와 소통이 수반되지 않은 채 양성평등만 강조하다 보니 성 관련 갈등도 심해지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뒤 ‘여가부는 뭐 하느냐’는 역할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는 “선출직 기관장 등 고위직의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각 기관이 책임있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곧 대책을 마련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관점에서 사건 처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2차 피해에 대한 방지 대책을 강구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한국 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10년, 20년 전보다는 발전했지만 성차별과 여성폭력이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다”며 “성평등과 여성폭력 방지를 위한 전담부처는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여가부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국회 국민 동의 청원이 10만 명을 넘은 데 대한 입장이기도 하다.
그는 “폐지 청원이 쇄도한 것을 뼈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여가부에 대한 오해는 풀고 싶다”고 했다. 이 장관은 “여가부는 여성 인권 보호와 지위 향상 외에도 청소년 보호와 성장 지원, 한부모와 다문화 가족 지원 등을 챙긴다”며 “우리 사회에 미진한 과제를 한꺼번에 다루다 보니 기대에 비해 성과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가부가 추구하는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은 특정 성별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양성평등을 통한 공동체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지원 문제도 여가부의 중요 업무로 꼽았다. 여가부는 14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국내외 자료를 정리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개관한다. 이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처음 증언한 1991년 8월 14일을 기념하는 취지의 국가기념일이다.
이 장관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감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피해자 증언을 담은 교육용 영문 콘텐츠도 개발 및 보급할 것”이라고 했다. 여가부는 다음달엔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열고 양성평등을 위한 국제 연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이 장관은 “여가부의 활동 경쟁력을 늘려 양성평등 문화를 자연스럽게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여가부의 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0.23%인 1조원 안팎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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