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국내 저축은행 시장은 꽤 안정적인 편입니다. 과거 200여개 저축은행이 경쟁했지만 지금은 79개로 축소됐죠. 저축은행업 전반으로 보면 꾸준히 양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시장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축은행의 위상도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습니다. 한 예로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올 3월 말 기준 자산 규모가 9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자본 규모는 약 9000억원으로 지방은행이나 인터넷 전문은행과 비교했을 때도 크게 뒤처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신용평가가 저축은행업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끕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가 부실여신 증가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는 게 우려의 핵심입니다. 어느 때보다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특히 지방에 거점을 둔 저축은행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비(非)대면 업무가 증가하고 퇴직연금 운용자산 편입으로 대형 저축은행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결국 소수의 상위 저축은행에 시장 점유율이 더 집중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사실 지금도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여수신 점유율 합계는 50%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축은행의 태생적 특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지역 금융회사들은 별도 인가 없이 영업을 했습니다. 1972년 상호신용금고법이 재정되면서 신용금고가 제도권으로 편입돼 저축은행이 됐습니다. 저축은행의 주요 업무는 제1금융권에서 소외된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여수신입니다.
여수신 기준으로 보면 2010년까지 성장세를 이어오다 대형 저축은행의 부실 발생으로 규모가 급감했습니다. 부실 저축은행들이 퇴출되고 정리되면서 다시 여수신이 빠르게 늘었죠. 저금리 시대의 풍부한 유동성과 각종 규제로 인한 제1금융권 이탈 고객 흡수, 고금리 선호 등으로 앞으로도 여수신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국내 저축은행은 영업 전략에 따라 몇 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출 상품과 고객 구성, 대주주 성향에 따라 경영 전략이 세분화되고 있거든요. 일단 BNK, 신한, IBK, KB 등 은행지주 내 저축은행을 볼 수 있습니다. 영업 기간은 10년 이내로 짧은 게 공통된 특징입니다. 이미 계열 은행에서 여신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은행에서 취급하기 어려운 중(中)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죠. 다른 저축은행들과 달리 고금리 대출은 사실상 취급하지 않습니다. 정책자금 대출인 햇살론과 디딤돌대출 등 서민 지원 상품을 적극 취급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나타내고 있죠.
다음으로 대신, 더케이, 바로, 푸른 등 기업대출 집중형 저축은행을 꼽을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위주로 대출을 진행하는 그룹이기도 합니다. 기업 차주의 경우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어 회수가능액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한도 내에서 적극적으로 취급합니다. 개인대출에 비해선 건당 여신액이 크기 때문에 일부 부실만 발생해도 건전성 지표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답니다.
다음으로 개인신용대출 위주로 영업을 하는 저축은행이 있습니다. SBI저축은행이 대표적이죠.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아 대부분 고금리 대출을 이용합니다. 대부업 고객과도 겹치죠. 최고금리 인하 영향으로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답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차주의 상환능력과 재무융통성이 열위한 저축은행의 여신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소형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지역별, 차주별 포트폴리오 분산이 어려워 부실이 조금만 발생해도 빠르게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건전성 지표보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저축은행을 바라봐야 한다는 게 한국신용평가의 진단입니다. 계속되는 최고금리 인하로 개인대출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기업대출도 공격적인 여신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상호금융조합으로 인해 사업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랍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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