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경증 환자를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조용한 전파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염력이 높고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증상 발생 2~3일 전부터 전파되는 코로나바이러스 특성상 방역당국의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토로한 것이다.
국내 감염자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국내에서 일상생활을 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하루에만 85명 확인됐다. 방역당국이 목표로 내세운 기준인 신규 환자 50명을 훌쩍 넘었다. 경기 38명, 서울 31명 등 대부분 수도권 확진자다.
교회를 통해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에서 확진된 사람은 14일 낮 12시 기준 72명이다. 전날보다 60명 늘었다. 이들 중에는 가톨릭중앙의료원에 근무하는 연구원도 한 명 포함됐다. 이곳 교인은 1000여 명이다. 교인들이 예배를 볼 때 마스크를 벗고 노래한 데다 교회 내 소모임 등을 계속해 여러 차례 전파가 일어났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도 확진자가 14명 추가돼 이곳 관련 확진자는 19명이 됐다. 이곳 교인들도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소모임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1~14일 신고된 코로나19 확진자(568명) 중 13.7%는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다. 방역당국이 1단계 목표로 제시한 5%의 두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유전자 변이를 통해 전파력이 높은 방향으로 진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 본부장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이후 주로 발생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형은 미국·유럽형인 GH그룹인데 GH그룹은 감염력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아직 한국형 변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방역망과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을지, 아니면 통제 범위를 넘어서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응 수준을 높였다. 경기 고양시가 종교시설 집합제한 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경기도도 교회 소모임을 금지했다. 경기도는 PC방, 다방, 목욕탕, 학원, 교습소 등도 방역수칙을 지켜야 문을 열 수 있도록 다시 집합제한 명령을 내렸다.
서울시도 15일부터 2주간 시내 7560개 모든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린다고 이날 밝혔다.
이지현/수원=윤상연/박종관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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