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김정영이 돋보이는 존재감을 뽑냈다.
MBC 수목드라마 '십시일반'은 지난 13일 마지막회를 방송했다. 마지막까지 탄탄한 전개가 이어진 가운데 김정영이 숨막히는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었다.
'십시일반'은 유명 화가의 수백억 대 재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 작품. 김정영은 화가의 이혼한 부인 설영으로 분했다. 자상하고 우아한 첫 인상과 달리 점차 미스터리한 카리스마로 극의 긴장감을 높인 김정영은 마지막까지 열연을 펼쳤다.
설영은 화백에 대한 상처와 분노로 얼룩진 인생을 살아 온 인물이다. 젊은 시절 유산으로 인해 다시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된 설영에게 화백은 이혼장을 내밀었다. 거기에 더해 화백의 불륜녀 지혜(오나라)는 빛나(김혜준)까지 낳아 설영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세월이 흐르며 더욱 짙어진 화백에 대한 분노는 자신처럼 화백을 증오하는 정욱(이윤희)과 만나 결국 화백을 살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냉철한 머리싸움과 지혜, 빛나 모녀에 대한 왜곡된 증오는 설영을 인간성 너머 극한까지 내몰았다.
결국 자신의 괴물 같은 모습을 깨달은 설영은 자수로 자신의 죄를 밝히며 조금은 후련해진 모습으로 인사를 고했다.
극 초반 김정영은 자상하고 기품 있는 설영을 세심한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조근 조근 우아하게 말하면서도 눈빛에서는 차가움을 담아 표면적인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있음을 암시했다. 곧이어 쇼윈도 부부임이 드러난 화백과의 대화에서는 감정 없는 부드러움으로 서늘함을 전하며 입체적인 캐릭터의 서막을 올렸다.
김정영은 짙어진 카리스마로 설영의 얼음처럼 단단한 본모습을 드러냈다. 오로지 차가운 분노만을 담은 눈빛으로 어떤 상대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는 김정영의 모습은 시청자들이 설영을 주목하게 했고 범인이 설영이었다는 결론을 이해하게 했다.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오랜 세월 쌓아온 저력 있는 연기력을 바탕으로 선과 악 어느 캐릭터를 만나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김정영과 이유 있는 악역 캐릭터의 만남은 폭발력 있는 시너지로 극의 분위기를 주도했고 호평을 이끌어냈다.
극 내내 미스터리함을 더했던 설영의 알 수 없는 태도는 김정영의 디테일한 연기로 긴장감을 더욱 상승시켰다. 또한 극 후반 드러난 절절한 모정과 모든 것이 끝난 후의 설영의 모습을 김정영은 가슴 에이는 오열과 공허하지만 한층 편안해진 모습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며 시청자의 마음으로 다가갔다.
탄탄한 스토리와 독특한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십시일반'이 막을 내리고 김정영은 SBS 새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또 다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맡는 배역마다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김정영의 열일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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