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2017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이날 국회에서는 기림의 날을 맞아 '사회운동으로서의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인의 권리보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이 토론회는 김상희 국회 부의장, 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 남인순 최고위원, 양이원영·윤미향·이수진(비례)·인재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이 공동 주최했습니다.
하지만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단 한 명도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30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운동을 해 온 경력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윤미향 의원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윤 의원은 전날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김상희 부의장과 남인순 최고위원, 인재근·양이원영·이수진 의원 등 전원이 외부 일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춘숙 위원장은 수해 복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 국회에서 열리는 행사는 행사를 주최한 의원들이 인사말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습니다. 참석 의원들을 일일이 소개하느라 소개하는 데만 30분이나 걸리는 행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토론회에서는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발제자가 발제부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회자는 "(의원님들)오셨나요?"라고 확인한 뒤 "의원들이 나중에 오시면 (소개를) 다시 하겠다"고 했지만, 의원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의원들의 불참 이유도 전달 받지 못했습니다.
이 행사를 공동주최한 남인순 최고위원은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는 침묵과 고통의 역사를 깨고 국내 최초로 공개 증언을 통해 일본의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 세대 교육에 더 관심 쏟아야 한다는 할머니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 남 최고위원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국회 토론회는 의원들의 불참 탓에 썰렁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한 참석자는 행사 후 이렇게 항의했습니다. "토론회 주최자들이 행사에 안 온 게 정상입니까?"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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