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을 겨냥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발언으로 15일 제주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고성이 오갔다.
제주도는 이날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원희룡 지사, 독립유공자, 유족, 광복회원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축식을 진행했다.
김률근 광복회 제주도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김률근 지부장이 대독한 기념사에는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 "우리 역사의 주류가 친일이 아닌 독립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등의 친일 청산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승만이 친일파와 결탁했다", "안익태는 민족 반역자" 등의 대목도 있었다. 초대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를 향해 비판을 퍼부었다.
원희룡 지사는 이에 대해 미리 준비한 경축사를 생략한 뒤 즉석 연설을 통해 김률근 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원희룡 지사는 "김원웅 광복회장님.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제주도지사로서 내용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분들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 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저희 평생 후손 대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일본식민지의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겠지만 인간은 한계가 있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 없이 연약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 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과 국민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했던 분들도 있지만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공을 보며 역사 앞에 겸허히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희룡 지사는 "(광복절) 75주년을 맞은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 받아야 되는 그런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 특정 정치 견해의 집회가 아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원희룡 지사의 연설 동안 장내에는 몇 번의 고성이 터져 나왔고, 일부 참석자들은 "왜 친일을 옹호하느냐" "이념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광복회원과 독립유공자 유족 등의 항의가 빗발쳤고,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유족이 원 지사의 발언을 강력하게 문제 삼으며 행사장을 떠나는 등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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