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 공급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양상이다. 한국감정원의 이달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 대비 0.2%로 첫째주(0.4%)의 절반에 그쳤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보합으로 전환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와 여당은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하지만 보유세 부담 증가와 실입주 선호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지역별 대표 아파트들이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전용 84㎡는 5일 24억8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종전 최고가(24억원)보다 8500만원 올랐다. 지하철 3호선(대청역)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일원초 중동중·고 등 최고 학군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아 매수세가 몰렸다. 일원동 A공인 관계자는 “루체하임은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와 비교되는 단지였는데 상대적으로 외부 고급화가 덜해 입주 후 저평가받았다”며 “내년 디에이치포레센트, 디에이치자이개포 등 고급화 단지들이 인근에 입주하면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달 17일 17억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달 4일 15억9000만원에 거래된 뒤 고덕지구 전용 84㎡ 중 처음으로 17억원 선을 돌파했다. 4932가구에 달하는 고덕그라시움은 고덕아르테온(4066가구)과 함께 이 일대 새로운 대장주 아파트로 꼽힌다.
신고가 행진은 비강남권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목동역과 가까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7단지 전용 101㎡는 이달 6일 22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18일 21억원에 거래된 데서 1억원 더 뛰었다. 목동 A공인 관계자는 “6월 20억원 선, 7월 21억원 선, 8월 22억원 선을 돌파하는 등 매달 1억원씩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 84㎡는 8일 11억9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11억원 선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달 25일 1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도봉구 방학동 대상타운 현대 60㎡는 이달 11일 6억5000만원 신고가에 새 주인을 맞았다. 지난달 6억원에 거래된 뒤 5000만원 올랐다.
그러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주택을 포기하고 강남 등 핵심지 한 채를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유동성까지 풍부해 지역 대장주 아파트가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두 건의 신고가 거래만 보고 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최근 신고가들은 투자 목적보다는 학군 수요 등으로 실거주를 위해 매수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투자를 염두에 뒀다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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