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합의 점검회의 연기…中 "화웨이·틱톡 제재부터 풀어라"

입력 2020-08-16 17:40   수정 2020-08-17 01:10

15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점검을 위한 첫 고위급 회의가 연기된 가운데 중국이 무역합의 이행 여부를 미국의 자국 기업 제재 문제와 연동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런훙빈(任鴻斌) 중국 상무부 차관보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제한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멈추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화웨이 틱톡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소를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의 ‘조건’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중국은 공식적으로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의지를 밝히면서도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이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에둘러 표현해왔는데 이제는 노골적으로 화웨이와 틱톡 제재 문제 해결을 내세운 것이란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중시하고 있는데 중국이 이런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1단계 무역합의가 파기되면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가 또 중단되고 트럼프의 주된 지지층인 ‘팜벨트’ 농민들의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체와 관련한 자산을 90일 안에 모두 매각하라고 모기업 바이트댄스에 14일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트댄스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알리바바처럼 금지를 고려하는 다른 특정한 중국 기업이 있는가”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우리는 다른 것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미 행정부가 안보를 내세워 중국 기업에 대해 추가 규제를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중 무역합의 이행 점검을 위한 고위급 회의는 연기됐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류허 중국 부총리와 화상으로 미·중 고위급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은 날짜를 못 박지 않은 채 연기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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