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내버스업체에 지원하는 방역비용을 지난달부터 올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금을 줄이면서도 서울시는 방역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버스업체와 방역업체는 '보여주기식' 방역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수도권 교회발(發)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방역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대중교통이 집단감염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금이 줄어든 버스 업체와 하청업체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한 방역업체 대표는 "버스업체에서 서울시 지원금이 줄었다는 이유로 7월부터 기존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계약을 요구했다"며 "버스 한 대당 투입하는 작업자를 줄이고, 현장 근로자 임금을 30%가량 낮춰 겨우 수지를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자를 줄였으니 방역 작업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는 손잡이에 소독제를 뿌리고 수건으로 닦았다면 이제는 소독제만 뿌려 방역 기준을 간신히 맞추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난관리기금 사정도 녹록지 않다. 이미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금을 가져다 쓴 데다 올 여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복구 비용 지출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서울시 재난관리기금은 이미 75% 가량 소진됐다. 남은 기금도 모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적립하는 재난관리기금의 15%는 의무예치금으로 분류해 대형 재난 상황에 대비해 따로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선심성 복지 사업을 펼치는 데 치중하다가 가장 기본적인 방역 예산 편성을 놓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에만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해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6조원 넘게 추가로 확보했다. 이 예산은 재난긴급생활비 지급과 단기 일자리 창출 사업 등에 배정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