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신호 꾸준히 주면 '패닉 바잉' 잡혀"

입력 2020-08-17 15:20   수정 2020-08-17 15:21


국내 부동산시장은 도시 집중화 현상에 따른 주택 수요 증대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강제로 안정시키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렇게 23차례에 걸쳐 땜질식 대책이 나왔다.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풍선효과’다. 이유가 뭘까. 정책은 장·단기적인 상황에 맞는 분석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파생될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려해야 시장을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부동산 가격만 내리면 된다는 식이다. 당장의 상황만 보고 펼치는 정책 일변도다. 23번의 정책이 나왔는데도 ‘실효성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 가운데 제대로 된 공급대책은 없었다. ‘8·4 공급대책’에선 여러 가지 방안이 포함됐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부동산시장은 넘쳐나는 유동성과 빗나간 규제로 인해 자고 일어나면 값이 올라가는 상황이다. 과도한 규제가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런 불안심리가 내 집 마련 욕구를 자극하면서 호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는 사지도, 팔지도, 보유하지도 못하게 하면 된다는 식의 정책으로 시장을 이기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시기가 아쉽다. 공급 신호를 2~3년 전에 줬다면 지금쯤 입주를 앞둔 아파트가 수만 가구 대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억제된 수요는 언젠가 폭발하기 마련이다.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무서운 ‘폭탄’이다. 무주택자는 3기 신도시와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청약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당장의 주택 매수보다는 임대로 거주하면서 대기하는 이도 많다. 전셋값이 자극되는 이유다. 아예 청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은 늦기 전에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을 매수하려고 달려들면서 지역 양극화도 키우고 있다.

23차례의 대책이 나오는 동안 공급 관련 부분이 먼저 발표됐더라면 어땠을까. ‘이렇게까지 시장이 과열됐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시킬 방법이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에서도 꾸준하게 공급이 이뤄진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고밀도 개발과 재개발 및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수요가 단기간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당장 규제로 묶인 정비사업만 풀어줘도 민간과 공공이 진행하는 공급이 늘 수밖에 없다.

도심 고밀도 개발은 필수적이다. 청량리와 용산, 영등포 등은 역세권 개발의 핵심지다. 집을 사기 위해 뛰어다니는 2030세대를 안심시켜야 한다. 직장과 먼 수도권 외곽이 아니라 업무지역과 가까운 곳에 주택이 공급되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역세권 공공주택 확대 방안’처럼 역세권 개발 범위를 늘리면서 주변 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방식을 구상해야 한다. 이 경우 서울에서만 14만 가구 이상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가장 효과적인 도심부 공급은 이 같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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