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의식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법이 만들어지면 법 수준에 맞춰 하향 평준화되기 마련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 조항을 더 세분화하고, 시행령을 통해 개정한다. 이런 식으로 법이 촘촘하게 만들어지고, 결국 규제의 늪에 빠지고 만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각종 규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 국회에 발의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동주 국회의원 발의)의 주요 내용은 광고 판촉 활동을 할 때 제휴를 강요하지 말도록 하는 것이다. 광고 판촉 때 가맹사업자(가맹점주)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경우 가맹사업자단체(점주 협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는 프랜차이즈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핵심 마케팅 경쟁력은 모든 가맹점의 통일된 판촉 활동에 있다.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징이다.
지난 6월 초에는 가맹사업법(전해철 국회의원 안)이 입법됐다. 점주 협의회를 구성할 때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협의회가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하면 반드시 응하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점주 협의회에 직장 노동조합과 같은 법적 지위와 교섭권을 줬다. 문제는 가맹점주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관계는 ‘갑을’ 계약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 형성되는 사업자 간 계약이다.
때론 법으로 규제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이다. 2018년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 지난해부터 시행한 편의점업계 자율규약이 대표적인 예다.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라 하더라도 신규 점포 출점 시 담배 소매인 간 거리(도시 50m, 농촌 100m)를 준용하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편의점 옆 또 편의점’을 막겠다며 업계가 스스로 협의한 결과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251건의 신규 출점 점포 가운데 자율규약 위반은 단 7건(0.13%)에 불과했다. 법적 규제 없이도 편의점산업의 공멸을 막기 위해 편의점 스스로 규약을 지켰다.
과도한 법 제정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정책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최저임금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대표적인 예다. 규제가 산업 성장을 막고, 산업이 붕괴돼 실업자만 증가하게 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맹사업법의 규제를 받는다. 이 법은 2001년 제정된 이후 18차례 개정됐다. 국회가 의욕에 넘쳐 입법 발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은 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을 믿고 기다려줄 때다.
박주영 <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전 프랜차이즈학회장)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