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자 규모를 넘어섰다. 방역당국은 최근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올해 2~3월 대구·경북 대유행 때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전파 속도가 빨라진 데다 전국 각지에서 감염 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이날 낮 12시 기준 70명 늘어 319명이 됐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277명)보다 많다. 이 교회 신도를 통해 콜센터, 방문요양시설, 요양병원, 어린이집 등 고위험 시설로 코로나19가 퍼져나갔다. 서울시와 성북구 등에 따르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 교회에서 신도 간 여러 차례 접촉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됐을 것으로 파악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이 교회 1차 감염자는 지난 9일 예배에 참석한 뒤 12일 확진된 환자들이다. 이들이 저녁 기도회, 소모임 등에 참석하고 여러 날 함께 숙식하면서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방명록을 통해 확인한 이 교회 신도 등 4066명 중 개인정보가 확인된 사람은 3443명이다. 방대본은 경찰청 등과 협의해 자가격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623명의 개인정보 파악에 나섰다.
최근 2주간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 비율은 11.6%에 이른다.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5명 추가돼 131명으로 늘었다. 파주 스타벅스 관련 확진자는 42명이 됐다. 광주 상무지구에서는 유흥시설 종업원 사이에 코로나19가 퍼져 14명이 집단감염됐다.
신도가 56만 명으로 세계 최대 개신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중에도 확진자가 3명 나왔다. 이들은 찬양대회, 음악선교회 등에 참여했던 신도로 방역당국은 추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경각심은 낮아졌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사망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감기 수준의 질환으로 정부가 호들갑을 떤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내 코로나19 치사율이 낮아진 것은 바이러스 변이라기보다 국내 확진자가 관리 가능한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인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올해 2~3월 대구·경북과 같이 유행 규모가 커지면 의료기관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가 급증할 위험이 크다.
실제 대규모 확산이 진행되는 미국, 인도, 브라질 등에서는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2~3주 뒤 사망자가 따라 늘어나는 패턴을 보인다. 국내에서도 만성질환 등을 앓고 있는 고령층에게 코로나19는 여전히 무서운 질환이다. 국내 70대 코로나19 확진자 10명 중 1명이, 80대 확진자 4명 중 1명이 사망했다. 정 본부장은 “출퇴근, 의료기관 방문 등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안전한 집에 머물러달라”며 “밀폐된 실내에서 마스크 없이 식사, 대화하는 것을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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