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해링턴스퀘어 '집들이'…주변 집값 '들썩'

입력 2020-08-17 17:56   수정 2020-08-18 09:30


서울 용산역 일대 부동산시장이 모처럼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4구역에서 고급 주상복합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가 오는 22일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2009년 용산참사 등으로 재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인근 입주민들은 이 단지 준공을 기다려왔다. 해링턴스퀘어 입주를 계기로 주변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재개발 추진 14년여 만에 입주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43층, 6개 동, 1149가구(전용면적 40~237㎡)로 이뤄졌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아파트들과 같이 ‘도시공원과 조화를 이루는 아파트’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단지명을 지었다. ‘한국판 센트럴파크’로 불리는 용산공원을 끼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용산역광장과 용산공원을 잇는 1만7615㎡ 크기의 문화공원(용산파크웨이)도 내년 8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

용산4구역은 2006년 정비구역 지정 후 200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조합원 이주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일부 세입자가 보상금이 적다는 이유로 이주를 거부하다가 급기야 2009년 1월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용산참사가 벌어지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시공을 맡았던 대형 건설사들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후 효성중공업이 시공사로 재선정되면서 사업이 재개됐고 2017년 7월 분양을 마쳤다.

분양 후 약 3년이 지나는 동안 입주권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분양가가 15억7300만~19억8400만원이던 전용 114㎡(508가구)는 조합원 입주권 시세가 평균 30억원 수준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층 매물(호가 기준)은 33억원까지 뛰었다. 다른 주택형들도 모두 호가가 분양가보다 10억원가량 올랐다.

전세 가격도 강세다. 새 아파트는 보통 입주 때 물량이 쏟아져 전세 가격이 인근 단지에 비해 낮게 책정된다. 하지만 이 단지는 상황이 다르다. 전용 114㎡ 전세 가격은 15억~18억원 선으로 인근 용산푸르지오써밋(2017년 8월 입주) 전용 112㎡(13억원)보다 2억~5억원 높다. 한강로동 H공인 관계자는 “최근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를 주지 않고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이 많아진 것도 전세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주상복합 가격도 덩달아 상승
인근 중개업계에서는 “해링턴스퀘어 입주를 계기로 용산역 주상복합 아파트 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단지 입주를 앞두고 인근 단지들에서 아파트값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아파트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용산시티파크 1단지(2007년 8월 입주) 전용 147㎡는 지난달 22억원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 호가가 최고 25억원까지 뛰었다. 한강로동 A공인 대표는 “해링턴스퀘어 입주가 가까워 오면서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들 호가가 덩달아 뛰고 일부 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의 미래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 추가 상승 여력에 한계가 있어서다. 인근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것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용산정비창 부지가 있는 한강로동과 이촌2동(서부이촌동)의 13개 정비사업구역 토지에 대해 내년 5월까지 1년간 구청의 허가를 받고 거래하도록 했다. 이 단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당시 대상 지역에서 빠졌지만 언제든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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