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는 “국세청은 국민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세무조사를 축소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세금을 내는 국민과 기업이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 후보자는 또 “세무조사를 통한 세수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핵심은 세무조사를 통한 세수 비중이 아니라 “세무조사를 당한다”는 말에 함축돼 있는 부정적 인식에 있다. 실제로 많은 국민과 기업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나오면 무조건 일정액 이상의 세금을 추징해 간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세무조사가 납세자에게 불안과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는 얘기다.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세무당국이 정당하게 실시하는 세무조사를 탓할 사람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세무조사의 남용이다. 국세기본법은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해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가 실시되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세무조사가 투명한 세정을 위한 정당한 수단이 아니라 집값을 잡거나 특정 기업을 손보는 등 전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징벌적 수단으로 남용된다는 의혹이 다반사로 제기된다.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다가 국세청 반대로 무산된 ‘조사 과정에서 녹음권’ 도입만 해도 그렇다. 국세청은 “악의적 탈세자가 악용할 여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지만, 세무조사 실상이 그대로 드러날까 봐 국세청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조사 과정의 적법절차 준수 등을 통한 납세자 권익 보호가 얼마나 형해화되고 있으면 녹음권 도입까지 나왔을지 세무당국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청장이 바뀔 때마다 “세무조사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세무행정이 여전히 불신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 납세자의 조세 불복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누가 국세청장이 되든 법과 원칙을 따르는, 예측가능하고 투명한 세무행정의 선진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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