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대기업 참여제한' 8년…공공 서비스 부작용만 쌓였다

입력 2020-08-17 17:32   수정 2020-09-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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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조달시장 참여 제한으로 인한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로 인기를 끌던 전자정부사업 수출은 급감했다. 대기업 대신 육성하겠다던 중견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부처 내에서도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달라는 신청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냈다. 이번이 네 번째다. 교육부 관계자는 “나이스에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선 대기업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2013년 정치권과 정부는 “국내 중소·중견 정보기술(IT)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대기업의 공공 SW사업 참여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 대기업은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공공 SW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는다. 국가 안보, 신기술 등과 관련한 일부 예외 사업은 별도 심사를 받아 수주할 수 있다.

대규모 사업에서 SW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민 불편만 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사상 첫 온라인 개학에서 발생한 접속 오류도 이런 사례다. EBS 온라인 수업에 학생 수십만 명이 한꺼번에 몰렸고, 이를 견디지 못한 해당 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했다.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업체가 나서서 가까스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공공 SW 목매는 중견·중소 IT社…매출 늘었지만 수익성 '뚝'
국립대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한 교육부 공무원은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원격수업과 같은 대형 시스템이라면 규모가 큰 업체에 의뢰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도 비슷한 이유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차세대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시켰다.

대기업에 대한 공공 SW사업 참여 제한이 중견·중소 정보기술(IT) 기업의 자생력을 오히려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올 상반기 내놓은 ‘한국 SW기업 생태계-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와 하도급 제한 제도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공 SW시장에서 중견·중소기업 점유율은 2010년 23.6%에서 2018년 92.7%로 높아졌다. 2013년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 도입 움직임을 읽고 2011년부터 공공 시장에 진출한 중견 SW기업의 공공 매출 비중은 2018년 70.0%에 달했다.

수익성은 악화됐다. 전체 중견 SW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0년 8.21%에서 2017년 3.41%로 떨어졌다. 공공매출 비중이 20%가 넘는 아이티센, 대신정보통신 등 중견기업군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2.31%에서 2017년 0.41%로 급감했다. 2014~2015년에는 적자를 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중견기업 간에 저가입찰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전자정부시스템 수출 실적도 악화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관련 수출 규모는 2015년 5억3404만달러(약 6341억원)에서 2018년 2억5831만달러(약 3067억원)로 반토막이 났다.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졌다. 유엔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2016년부터 2~3위에 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참여 제한이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중소기업이 공공사업을 독차지하면서 일부 중견기업 매출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를 추월했다. 지난해 아이티센의 매출(1조5423억원)은 공공사업 참여가 막힌 롯데그룹 계열 롯데정보통신(8456억원), 신세계그룹 계열 신세계아이앤씨(4560억원)보다 많았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공공 SW사업 참여 제한을 없애고 중견·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완/배태웅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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