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는 북한의 테러리스트 분자"라는 차별 발언을 일삼은 인물을 아마존닷컴 일본 법인이 TV 광고모델로 기용한 데 항의해 서비스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본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1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17일 '#아마존프라임해약운동'이라는 해시태그가 트위터의 실시간 트랜드 1위에 올랐다. 일본 트위터 상에서는 "아마존프라임 서비스 해약했습니다"라는 트윗도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프라임은 아마존닷컴의 월 정액 유료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해약했다는 트윗이 16일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닷컴 일본 법인이 TV광고에 국제정치학자인 미우라 루리와 탤런트 마쓰모토 히토시를 기용한 게 불매운동의 계기가 됐다. 미우라 루리는 저서에서 징병제 도입을 주장해 일본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킨 여성 국제정치학자다.
2018년 한 TV 방송에서 '슬리퍼셀(sleeper cell·잠복중인 공작원이라는 뜻)'이란 단어를 써가며 "북한의 테러리스트 분자가 있다. 지금 오사카(재일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재일 한국인을 차별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미우라 루리는 블로그를 통해 "전문가들 사이에 퍼져있는 일반적인 인식을 미디어에서 처음으로 말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마쓰모토 히토시는 2019년 TV 방송에 출연해 가와사키시 아동 살상사건 용의자를 향해 "불량품"이라는 단어를 써 비판을 받았다. 트위터 상에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틀린 말을 한 인물을 광고에 기용한다는 것은 기업이 그러한 발언에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자신도 서비스를 해약했다고 밝힌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의 저자 이케다 가요코는 "슬리퍼셀과 같은 발언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IT기업)의 미국 본사는 인종차별과 같은 헤이트스피치에 민감한 반면 이들의 일본 법인은 그렇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업이 바뀌기를 바란다면 소비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마존 일본 법인은 "고객의 반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향후 제작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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