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만으로 폐암·전립선암·두경부암 없앨 수 있다"

입력 2020-08-18 15:17   수정 2020-08-18 15:19


“과거에는 암 환자에게 하는 방사선 치료가 수술의 보조적 수단으로 많이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죠. 전립선암, 두경부암, 폐암 등은 방사선치료로 수술처럼 암을 근치적으로 없애는 것도 가능합니다.”

우홍균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사진)는 “방사선 치료의 활용도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우 교수는 방사선을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의사다. 두경부암, 폐암 등을 주로 치료한다. 서울대병원 중입자가속기 사업단장도 맡고 있다.

암에 걸리면 초기 환자는 수술로 암을 떼어내고 이보다 진행된 환자는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활용해 암을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단계에 방사선을 활용해 암을 없애는 치료도 많이 활용한다. 암이 생긴 부위에만 많은 양의 방사선을 노출시켜 정상 조직에 피해를 덜 주는 치료법 등이 많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수술을 할 때는 조직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절개 부위에 통증이나 추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방사선 치료는 이런 부담이 적다. 특정한 부위에 가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낸 뒤 사라지는 양성자, 중입자 등 입자방사선도 암 치료에 활용된다. 우 교수는 “아직 방사선 치료는 악성 종양인 암 치료에만 활용되지만 양성 종양을 없애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사선을 근치적 암 치료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나.
“두경부암은 빈도가 높지 않다. 전체 암의 4% 정도다. 갑상샘을 추가하면 15~20% 정도다. 전통적으로 암 환자의 첫 번째 선택지는 수술이다. 그런데 두경부는 수술하면 미용적인 측면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구강, 구인두, 후두, 하인두 등 두경부는 삼키고 말하는 곳이다. 수술하면 절개하는 부위에 따라 말하고 먹는 기능이 망가질 위험이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 등을 활용해 보존수술을 많이 한다. 이런 차원에서는 방사선도 수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두경부암 환자가 수술을 받았을 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을 때 치료 결과는 비슷하다. 의료진과 상담해 수술과 방사선 치료의 장단점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폐암에도 활용 가능한가.
“폐암 1~2기에 임파선까지 퍼지지 않으면 대개 수술을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내과적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 심장 폐 등이 좋지 않아 마취를 못하는 환자는 방사선 치료에 집중했다. 이후 수술가능한 환자에게도 방사선 치료가 효과 있다는 임상 결과가 많이 나왔다. 암 표적 부위에만 정확하게 높은 선량의 방사선을 투여하는 체부정위적방사선치료(SBRT)를 활용해 환자에게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
▷환자들은 여전히 방사선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20년 전만 해도 방사선과 항암치료는 보조적 수단이었다. 하지만 두 치료법이 많이 발전했다. 최근 후향적 연구 결과를 보면 방사선의 국소 조절능력은 상당히 좋아졌다. 수술은 암을 도려내지만 방사선은 치료 후 검사를 해보면 덩어리가 남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없어지지만 찝찝하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 방사선이 암을 죽이는 근본 원리는 증식할 때 죽이는 방식이다. 암 덩어리 안에는 암 세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혈관, 지지조직, 연부조직 등이 포함됐다. 이들 조직이 남을 수 있어 모양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양성자, 중입자 등 입자방사선에 대한 관심이 크다.
“방사선은 무작위 산란하는 성질이 있다. 사방팔방으로 튀니까 제어하는 것이 어렵다. 이런 산란을 줄일 수 있는 성질이 있는 것이 입자선이다. 양성자, 중입자 등이다. 방사선 치료에 활용하는 엑스선은 조직을 투과하지만 입자선은 멈춘다. 엑스선에 취약한 척수 등에는 입자선 치료 활용도가 높다. 문제는 가격이다. 중입자 치료기만 1000억원이 넘는다. 비용효과성이 상당히 낮다. 이론적으로 입자선을 활용해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지만, 입자선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적응증을 찾는 게 중요하다. 초기비인강암 초기편도암을 방사선으로 치료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이다. 이를 95%로 높이는 것보다는 지금 방사선으로 치료되지 않는 암에 입자선 치료를 도입하는 게 낫다. 척수 앞쪽에 잘 생기는 척색종, 골육종 등이 대표적이다. 소화기암은 재발암, 췌장암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간암, 폐암 초기 병변이 적을 때 한번 치료로 암을 없앨 수 있으면 큰 이점이다. 이런 곳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방사선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판단하나.
“치매가 생긴 뇌에 저선량 방사선을 쪼이면 좋아진다는 보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독일, 일본에서는 만성 통증 환자를 방사선으로 치료하는데,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켈로이드 같은 양성질환 치료에도 방사선을 활용한다. 관절수술한 뒤 뼈가 과잉성장하는 부작용이 있는데 방사선을 미리 쪼이면 이를 막을 수 있다. 티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악성질환뿐 아니라 양성질환에서도 활용도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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