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가 1주년을 맞았다.
2019년 8월 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이하 ‘선녀들’)는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역사를 알아보는 발로 터는 탐사 여행 프로그램. 지난 1년간 판문점, 독도 등 대한민국 곳곳은 물론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 사이판 등 국경선을 넘나들며 우리의 역사를 탐사했다.
자칫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재미까지 곁들여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덕분에 ‘선녀들’은 탄탄한 시청층을 보유한 ‘역사’하면 떠오르는 대표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1주년을 맞아 ‘선녀들’을 연출하고 있는 한승훈 PD에게 직접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한승훈 PD 인터뷰 전문이다.
Q.<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가 1주년을 맞았다. 소감이 어떤지?
정조가 어머니의 환갑잔치를 위해 성대한 8일간의 축제를 벌였듯이, ‘선녀들’ 1주년 기념 돌잔치를 8일간 벌이고 싶은 마음이다. 정조도 초기에 암살 위협 등을 많이 받았듯이 우리도 힘겨운 시간대에서 많은 위기를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다. 애청자분들의 응원과 사랑 덕분이다. 기쁘고 감사하다. 돌잡이로는 시청률을 잡고 싶다.
Q.<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에게 사랑받고 있다.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을 빛낸 100명, 아니 1000명의 위인들 덕분 아닐까 싶다. 세종대왕, 영조, 정조, 김구, 이순신 등 역사 속 위인들의 인기가 반영된 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프로그램 애청자분들껜 영탁보다 영조, 유재석보다 유관순, 정우성보다 정약용이 더 인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를 사랑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끼고 있다.
Q.가장 인상 깊었던 게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
전광렬 선생님이시다. 여전히 드라마 ‘허준’ 때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허준이 허준을 만난 셈인데 가히 허준의 환생을 보는 듯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허준 초상화와 닮아 보이기도 했다. 함께 동의보감 원본을 봤는데 전광렬 선생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하셨다. 본인이 전생에서 쓴 걸 다시 보는 것 마냥 촉촉하고 아련한 눈으로 동의보감을 바라보시던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Q.가장 기억에 남는 탐사는 무엇인가? 앞으로 탐사해보고 싶은 시대, 장소가 있는지?
울릉도-독도 탐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동단에 간다는 의미도 깊었고 독도가 왜 우리땅인지 역사적인 근거와 논리적 이유를 A-Z까지 종합해서 갈무리했다는 데 의의가 컸다. 여러 가지 변수와 위기도 많았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특히 당일 아침까지 비가 내려 독도 입도가 가능할지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입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독도를 방문하시는 수많은 분들과 태극기를 보며 역사를 사랑하는 분들의 뜨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은 개성이다. 고려의 옛 수도에 가서 고려시대 탐사를 해보고 싶다. ‘개성에서 출발해 백두산까지! 고려에서 고구려까지 가보고 싶구려!’ 기획이랄까.. 개성 넘치는 탐사일 것 같은데 통일부에서 고려해 주면 좋겠다.
Q. 탐사 주제를 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변주를 하려고 한다. 마냥 시대순으로 흘러가면 기대감이 떨어질 수 있기에 ‘라이벌 구도’나 ‘직업의 세계’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컨셉으로 엮으려 노력한다. 또한 어둡고 무거운 주제와 밝고 명랑한 주제를 번갈아 가며 다뤄 시청자들의 정서적 균형감도 고려하려고 한다. 센스 있는 주제선정은 정윤정 CP님과 김수지 작가님을 비롯한 여러 작가님들의 뛰어난 기획력과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Q.연출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죽처럼 떠먹기 쉽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소화도 잘되고 영양도 풍부한 전복죽 같은 방송. 자칫 어렵고 재미없게 느낄 수 있는 역사를 퍽퍽하지 않게, 무미건조하지 않게 만들려 한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프로그램이었으면 한다.
그러한 많은 부분을 명품 사극과 영화에 빚지고 있다. 명연기를 통해 역사에 접근하면 훨씬 수월하게 역사의 한복판으로 스며들어 갈 수 있다. 조연출, FD분들이 매주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적지 발굴하듯 세심하게, 샅샅이 자료창고를 뒤진다.
또 한편으로는 철저한 검증이다. 역사적 왜곡이나 오류가 없도록 하기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 교수님들께 단계별로 감수를 받는다. 작가님들이 역사학과 대학원생처럼 매주 교수님들과 깊고 진한 대화를 나누신다. 소중한 역사를 다루는 만큼 검증에 철저히 신경 쓴다.
Q.프로그램 특성상 설민석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설쌤의 진가가 가장 잘 발휘됐을 때는 언제라고 생각되는지?
소름 돋는 빙의 연기를 보여주실 때다. 역사 속 인물들에 빙의하여 그날, 그때를 재연한다. 김유신, 이순신, 세종대왕부터 내시, 장희빈 등까지 시대의 선을 넘는 인물들이 설쌤의 표정과 손짓으로 되살아난다. 게스트분들이 오시면 설쌤의 맛깔난 표현력에 탄복하고 간다. 현장에서 보면 더욱 생생하고 쫄깃한데 그 맛을 온전히 방송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어떤 재료든 설쌤의 입을 통하면 맛깔난 음식으로 요리되어 나온다. 스토리 요리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Q.출연진 전현무, 김종민, 유병재의 케미가 매우 좋다. 덕분에 예능적 재미도 더욱 살아나는 것 같은데 어떤가?
배움 여행이라 그런지 출연진 모두 평소에 보던 것과는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세분 모두 틈틈이 공부를 열심히 해 오신다. 스타일이 조금 다르긴 한데, 전현무 씨는 순발력의 귀재다. 순간 포착력과 관찰력이 무척 뛰어나다. 한번 듣거나 스쳐 지나가는 핵심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혜성같이 빠르게 잡아낸다. 유병재 씨는 응용력의 신이다. 방금 배운 역사 지식을 금세 개그로 활용한다. 천부적인 능력에 종종 감탄한다. 김종민 씨는 무장해제의 달인이다. 어떤 무겁고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도 말 한 두 마디로 그냥 무장해제 시켜 말랑말랑하고 재밌게 만드는 힘이 있다. 셋이 함께 있으면 서로 은근한 경쟁이 붙기도 하는데, 서로 공부해 온 걸로 물고 뜯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Q.<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를 연출하면서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지?
올해 초 초등학생들과 함께한 역사콘서트 때였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신청자가 몰렸고, 아이돌 콘서트 버금가는 엄청난 열기와 환호를 느꼈다. 어쩌면 시청률 수치로는 잡히지 않는 수많은 어린 애청자들이 있을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더욱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하나는 함께 만드는 제작진의 변화가 느껴질 때이다. 나쁜 남자에만 끌리던 작가님이 계신데, 이상형이 무려 안중근으로 바뀌셨다. 생일선물은 독립군 피규어 세트를 주고받기도 한다. 천지개벽할 변화다. 바로 곁에서 이런 생생한 기적을 볼 때 함께 만들어가는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Q.앞으로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100년 뒤에도 여행 갈 때 참고하게 되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 100년이 지난다고 해서 조선왕조, 삼국시대, 고려, 대한제국의 역사가 사라지진 않을 테니까. 그때도 누군가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조그마한 감동과 건강한 자극을 받으며 발로 터는 탐사를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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