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 무주택자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30~40대 미혼자 등 1인 가구가 내 집을 마련하는 데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혼자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한 특별공급 등의 지원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0대들의 ‘패닉바잉(공황 구매)’을 잠재우기 위해 가점이 낮은 미혼 무주택자도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청년 무주택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혼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게 문제다. 청년 무주택자 지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청약 자격 자체가 결혼했거나 자녀가 있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세대원 모두가 과거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으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평생 한 번 지원할 수 있다. 지금은 국민주택(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건설하거나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립되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20%의 물량이 주어진다.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음달부터 이 비중을 25%로 늘리고 대상도 민영주택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자금력이 부족한 30~40대를 겨냥해 아예 새로 고안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연리지홈)’ 역시 생애최초 특별공급제도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전체의 70%가 특별공급이다. 생애최초 30%와 신혼부부 40%를 모두 추첨제 방식으로 공급해 청년들의 청약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서울시는 ‘8·4 공급 대책’에서 밝힌 1만7000가구를 시작으로 주요 공공분양을 이 같은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에도 결혼하지 않은 30대들의 주택 마련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가점이 높지 않아 청약 당첨 확률이 낮다. 게다가 특별공급 물량이 많아지는 만큼 일반공급 물량은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 30대 후반 직장인 권모씨는 “태어나서 한 번도 집을 사지 않은 사람이 생애최초 청약 대상이 돼야 하는 게 맞다”며 “내 집 마련을 해야 결혼도 꿈꿀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대출은 줄어들고 집값까지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자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 산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5월(1258건)의 2.9배인 3601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1만1106건)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32.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1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청년층 지원을 위한 보다 세부적인 보안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별공급을 통해 청년 미혼 가구를 위한 최소한의 물량을 확보해 주는 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부 특별공급 물량 중 전용 59㎡ 이하 소형을 1인 가구를 위해 할당하는 등 최소한의 배려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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