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기존에 책정한 4670억원보다 높은 금액으로 구입하겠다고 제안했다. 매각 대금도 연내 일괄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2022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는 기존 안보다 전향적인 내용이다. 현금 확보가 절실한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새 제안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대한항공 측에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2부시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의 대면협상을 제안했다. 대면협상은 박원순 전 시장이 생전 협상 타결을 위해 주문한 사항이다. 당초 서울시는 박 시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회동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서울시는 부지보상비로 책정한 4670억원에 더해 추가 지원을 내세워 대한항공을 설득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거치면 통상 부지보상비보다 금액이 높아진다”며 “부지 매입 외 추가 금액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는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연내 일괄 지급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는 26일 열리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던 북촌지구단위 계획변경안 상정도 연기했다. 변경안은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에서 문화공원 용지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서울시가 대한항공과의 협상을 위해 공원 지정을 잠정 연기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 제안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송현동 부지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최종 권고를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서울시로 인해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다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출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섰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서울시가 공원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부지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권익위가 서울시의 계획이 위법하다고 판정하더라도 법적 강제력은 없다. 서울시와의 수의계약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뜻이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추가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 2분기 화물영업 덕분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하반기에도 흑자를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