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초미의 관심사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금리가 최근 방향을 바꿔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미 국채 금리에 연동된 까닭에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긴장하고 있다. 이달 국내외 증시에서 가치주가 반등한 데는 금리 상승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물가채와 금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권 금리가 오르는 이면에 물가 상승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린 가운데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물가 상승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면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금리가 하락한다. 그만큼 채권 투자 매력이 떨어져 채권값은 내리고 금리는 오른다.
한때 연 0.552%로 하락했던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현재 연 1.659%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 기대뿐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Fed)이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용인할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실질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명목 금리를 더 낮추기는 어려운 만큼 인플레이션율을 높여 실질 금리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이른바 ‘평균물가목표제(AIM)’로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도입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물가가 급등할 위험은 크지 않지만 AIM이 도입되면 물가가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변환하는 할인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기존 주도주가 주춤하고 은행, 보험, 유틸리티, 통신, 철강 등 가치주의 상승세가 컸던 원인도 시중 금리 상승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주가에서 미래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성장주는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국내외 금리 반등은 성장주 대비 가치주의 강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치주의 강세를 전망하기엔 성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치주가 본격적으로 오르려면 장기 국채 금리가 한 달에 0.25%포인트는 상승해야 한다”며 “아직은 그만큼 금리 상승세가 가파르지 않다”고 말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할 때 물가채와 금에 투자하면 좋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연동국채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에 연동된다”며 “실제 물가는 오르지 않더라도 기대 물가 상승률이 오를 때 투자하면 좋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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