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교회 강제 철거를 막기 위해 재개발조합원들에게 장문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무더기로 보냈다. 문자메시지 발신번호는 사랑제일교회 대표전화로 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조합원들에게 "사랑제일교회 강제집행(철거) 강행은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큰 재산상 손해와 사업 지연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말로 시작하는 1100여자 분량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사랑제일교회는 "코로나 사태로 교회가 비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교회는 경비인력이 주변을 경계하고 전국 조직이 순번대로 외곽에서 대기하며 유사시 교회로 집결할 수 있도록 비상연락망을 강화해 놓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랑제일교회의 4000여명 성도들과 사랑제일교회를 사랑하는 수십만의 전국 성도들이 '성지처럼 생각하는 교회를 빼앗기면 안 된다', '순교할 각오로 지키자'라는 마음으로 대항해 사람 몇이 죽어 나가면 조합은 박살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 6월 강제집행 시도 당시 젊은 신도들이 휘발유를 몸에 뿌려 분신을 암시하는 등 강력 저항했던 것을 거론하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니 부디 실수하지 말라"고도 했다.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한 조합원은 "조합원 400여명이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모두들 이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했다.
조합 측은 서울북부지법 판결에 따라 지난 6월5일과 22일 철거 등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신도들의 반발로 '집행불능'을 결정하고 철수한 바 있다.
강제집행 무산 이후 일부 신도는 코로나19의 2차 대규모 확산 주범이 된 사랑제일교회 내에서 여전히 2~3일씩 합숙하며 교회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울시의 교회 방역작업도 몸으로 막아 방해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재개발조합에 교회 성도들도 다수 있는데, 그분들이 교회와 계속 협상을 해보자는 뜻으로 문자 전송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5월 재개발조합이 낸 명도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때문에 조합이 교회를 철거할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교회는 563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산정한 보상금 82억원의 약 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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