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의원님 엉덩이 쳐도 되나요?" 송영길에 쏟아진 비판

입력 2020-08-19 15:39   수정 2020-08-19 16:02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인 외교관의 뉴질랜드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친한 사이에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두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상당히 개방적"이라면서 "(피해자는 여성이 아닌) 키가 180㎝, 덩치가 저만한 남성 직원이다. 그 남성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외교관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뉴질랜드 정부의 요구에 대해서는 "오버"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미국에 가서 (우리나라에서 하듯) 남자 아이 주요 부위를 만져봐라, 어떻게 되는지" "우리나라에서도 직장에서 남자끼리 엉덩이 치는 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이제부터 송영길 (의원) 볼 때마다 엉덩이 치고 갑시다. 남자끼리 칠 수도 있지"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외교관을 질타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한 외교부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국회 외통위원장이, 여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 논리를 앞세워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정부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여당 국회의원의 왜곡된 인식이 한없이 황당하다. 어떻게든 정부 편을 들어보려는 대한민국 외통위원장의 궤변이 한없이 부끄럽기다"고 했다.

정의당도 논평을 통해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송영길 의원을 비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추행은 말 그대로 성추행"이라며 "문화적 차이를 운운한 그 자체가 성추행을 옹호한 행동이며, 성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만큼 한국 정부는 성추행 혐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원이 이런 인식을 가졌으니 그 당에서 성추행 사건이 줄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인 외교관에 의한 자국민 성추행 피해 사실을 언급했다. 국가 정상간 통화에서 성범죄가 언급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이 사건은 2017년 말 일어났지만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에게 감봉 1개월의 '솜방망이 처분'을을 내렸다. 올해 2월 뉴질랜드 웰링턴지구 법원은 해당 외교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정상 간 통화에서 외교관 성추행이 언급되자 "한류의 맥을 이어나갈 다음 주자는 K-변명"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황당한 게, 그 자를 일단 뉴질랜드로 보내 재판을 받게 해야 유죄인지 무죄인지 알 거 아니냐. 재판도 안 받게 하고 영원히 무죄로 추정만 하겠다는 얘기인지"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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