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이유는 두 가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환율이 높아 전세가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이로 인해 임차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전환율 책정 공식(기준금리+3.5%포인트)이 정해진 2016년에 비해 기준금리가 연 2.0~2.5%포인트 떨어진 만큼 전환율도 낮춰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최악의 전세난이 이어지는 만큼 세입자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할 정부의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환율의 적정성 여부는 차치하고, 정부가 강제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보고 결정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당장 전문가들은 물론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주인들이 대출금리에도 못 미치는 ‘쥐꼬리’ 월세를 받느니 차라리 임대를 포기해 매물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진다. 집주인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책’을 궁리한다. “월세가 턱없이 부족한 만큼 전세금을 대폭 인상하고, 이를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식이다. 이런 움직임이 현실화하면 급등한 전셋값이 매매가까지 자극해 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기우(杞憂)라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반(反)시장적 임대차보호법, 과도한 세금 인상 등의 부작용을 무시한 채 강행한 정책들은 언제나 ‘시장의 역습’을 불러왔다. 이달 들어 서울의 전세매물은 25% 급감했다. 전세시장 불안이 지방에까지 확산돼 한국감정원의 전국 전세수급지수(10일 기준)는 2016년 10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23번의 대책에도 시장은 바뀐 게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작용에는 관심이 없고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으로 대책을 쏟아낸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서민의 고통은 안중에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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