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메모리 사이클이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7월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5.44% 떨어진 3.13달러를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가 하락한 것은 9개월 만이다.
2분기 많이 판매한 게 3분기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205%에 달했다.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돼 물량을 공급받지 못할 상황을 우려한 서버 업체들이 대규모로 사갔다. 하지만 필요한 물량보다 더 사간 서버 업체들이 지금은 제품을 쌓아두고 가격 협상에 나오고 있다.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사가는 측으로 옮겨가자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D램 점유율 2위(29.6%), 낸드 점유율 5위(10.4%)에 올라 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를 잇는 독보적인 2등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나 기술적 차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1위일 뿐 아니라 비메모리 시장의 강자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총 2위 자리는 상징성이 있다.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주도주가 시총 2위 자리를 차지하고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주도주가 되면서 현대자동차는 2011년 포스코를 넘어서 2위에 올랐고,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SK하이닉스가 2017년 현대차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곧 2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온다.
다만 고객사들이 재고를 소진하고 나면 이르면 내년 2분기 다시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도 크다. 반도체 업체들도 시설투자 속도를 늦추면서 가격 하락을 방어할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에는 인텔의 서버용 신규 중앙처리장치(CPU)가 출시되면서 서버 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스마트폰 업체들도 올해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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