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세종의 집값은 치솟았다. 집 없는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은 좌절하고 있다. 집을 한 채 가진 사람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의 조변석개(朝變夕改)에 분노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복합 요인 때문이란 게 대다수 경제학자의 일치된 분석이다. 우선 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 인구는 증가하지 않지만 1인가구는 늘고 있다. 여기에 걸맞은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소득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17년 3만달러도 돌파했다. 괜찮은 주택에 살고 싶은 욕구가 커져 중고가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저금리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코로나 시대 급격히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일부 흘러들면서 주식뿐 아니라 주택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복합 요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투기’와 ‘투기세력’만을 부동산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몰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상황은 복잡한데 부동산 투기꾼만 잡겠다고 하니 백약이 무효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두 심리적 측면을 얘기했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아파트 수요가 더 우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향후 5년간 30%의 수익이 기대된다는 생각에 아파트를 사면 투자자인가. 무주택 가구가 집을 한 채 사면서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좋겠다고 기대한다면 이는 투기꾼인가. 집을 두 채 사면서 임대사업을 해 은행 예금금리보다 약간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역시 투기꾼인가.
누구도 자신있게 얘기하기 힘들다. 《금융투기의 역사》를 쓴 에드워드 챈슬러가 투자와 투기의 심리적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부 자체도 제대로 된 구분을 하지 못한다. 2주택 이상은 투기꾼이고, 전세를 낀 사람은 갭 투자자라고 하는 곳이 정부다. 이런 엉터리 진단으론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내놓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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