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을 롯데지주 전략·기획 총괄(대표이사 사장)에 임명했을 때 그룹 내부에선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이 많았다. 롯데하이마트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고 꼼꼼한 일처리로 신망이 높은 그가 신 회장의 ‘뉴롯데’ 구상의 구체적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란 예상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기획·재무·영업을 아울러 ‘팔색조’로 불리는 그가 위기의 롯데호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프라인의 반격’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하듯 메가스토어는 반년 만에 서울에만 3개점을 열었고, 이달 말엔 울산에 첫 지방 점포를 개장한다. 롯데하이마트는 2015년 이 사장이 수장을 맡은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유통업계가 미증유의 타격을 입은 올 상반기에 롯데하이마트는 2조4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6년보다 11%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0% 늘었다. 구성도 좋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에서 올해 15%로 뛰었다.
그룹 내에서는 이 사장이 롯데가 ‘본업’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실적으로 입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 사장은 유통의 변화 흐름을 간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대응 방안을 내놨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자신이 이끌 롯데지주 내 경영혁신실을 40대로 채우며 ‘젊은 감각’으로 뉴롯데의 청사진을 그릴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 뉴욕대를 거쳐 사모펀드인 론스타코리아 근무 경력이 있는 김승욱 상무(47)와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을 나온 서승욱 상무(44)를 혁신실에 불러들였다.
이 사장은 ‘팔색조’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변화에 능하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이 사장은 1960년대생으로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상품기획, 영업, 재무, 기획 등을 두루 거쳤다. 어느 자리에서든 실적으로 인사권자를 만족시켰다. 2012년 롯데월드 대표 재직 시절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이 있었으나 무고로 밝혀졌다. 신 회장은 그의 사표를 반려하며 재신임했다.
이 사장은 자기 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옷을 입어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치수가 똑같다. 주름은 찾아볼 수 없다. 자신에게 철저한 만큼 상대방을 평가하는 기준도 높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벌써부터 조직 내 긴장감이 팽팽하다”고 전했다.
이 사장이 맡을 제1호 미션으로는 그룹 체질 개선이 꼽힌다. 롯데쇼핑은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9.2% 줄었다. 영업이익은 98.5% 급감했다. 그만큼 비효율이 많다는 얘기다. 백화점 출신인 이 사장은 소매 유통업의 생리를 너무나도 잘 안다는 점에서 롯데쇼핑의 곪은 부분을 도려내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에 활기를 넣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가 롯데하이마트를 성장시킨 데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스타일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임원들도 휴가를 전달에 미리 회사 게시판에 띄우도록 하고 있다”며 “회사 일이 생겼다는 이유로 월차를 쓰고도 출근하는 관행 역시 이 사장 취임 이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평소 롯데하이마트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해 왔다.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신동빈의 뉴롯데호(號)’에서 새로운 조타수를 맡은 이 사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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