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기자] 도시 속의 나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시티(CITI). 그는 무수한 감정 가운데 ‘사랑’에 집요히 파고들어 ‘서울, 여기’, ‘Switch’, ‘Be your light’, ‘Closer’을 탄생시켰다. 일면식 없는 이에게 예쁜 노랫말과 고운 목소리로 덤덤히 위로를 건네는 그의 다섯 번째 이야기도 몹시 기다려진다.
촬영에 돌입하자 시티는 초반의 수줍음은 온데간데없이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치기 시작했다. 하늘색 배경지를 도화지 삼아 그만의 색깔을 고스란히 풀어내는가 하면 투박함 속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어필하기도. 이어 강렬한 무드의 스키니한 실루엣으로 거침없이 변주하며 반전 매력을 과시했다.
낯설고 특이한 예명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자 “CITY가 아닌 CITI(City in the I)로 서울에 올라와 느낀 감정과 도시 속의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작사, 작곡, 편곡 등 다양하게 하는 싱어송라이터이고 서정적인 가사에 엠비언스 사운드가 특징인 노래를 만들고 있다. 본명은 유성윤인데 동명으로 다른 여성 가수 분이 계시더라”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근황을 묻자 “여러 장르가 담긴 다섯 번째 앨범을 준비 중이다. 유명 가수들의 피처링과 함께 이르면 내달, 늦으면 내년 초에 발매될 것 같다. 항상 다뤄온 사랑과 이별뿐 아니라 수위가 세고 파격적인 내용도 추가된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아직 방향성을 더 고민하고 있다”라고 차기 앨범에 대해 귀띔했다.
유년기부터 가수가 줄곧 꿈이었다는 시티. “3살 때 아빠 차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장단에 맞춰 춤을 췄다고 한다. 아마 그 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운 것 같다. 트로트도 진지하게 고민해봤지만 된소리 발음과 꺾는 창법에 한계를 느꼈고 당시 부상한 Mnet ‘쇼미더머니’에 자극받아 힙합과 알앤비, 시티 팝 장르로 방향을 설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위해 상경했지만 하루 빨리 꿈을 이루고자 대학까지 중퇴한 그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혼자서 싱글 앨범을 내봐야겠다 싶어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종종 카페 사장님께 내 노래를 들려줬는데 사장님 아버지께서 영화감독님이자 엔터테인먼트 쪽에 계신 분이었다”며 이어 “지금의 대표님을 소개받고 작업한 데모 곡을 보냈지만 이후 연락이 오지 않아 실망이 컸다. ‘내가 이 정도구나’하고 현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메일 주소가 잘못된 거였다. 정정된 메일 주소로 다시 보내고 수차례 미팅 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처럼 음악에 대해 누구보다 진심인 그에게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묻자 “내 노래로 하여금 나뿐 아니라 듣는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장황한 말보다 무심하게 건네는 노래를 통해 위로하고 위로 받는 매개체가 되는 것. 또 누군가의 상황에 대입시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그가 지금까지 세상에 들려준 네 곡 모두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한다. 이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으니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랑 이야기가 아니면 가사가 잘 안 써지더라. 또 내 목소리가 사랑 노래에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런 이유에서 탄생한 첫 자작곡 역시 첫사랑을 다뤘다고. “지금 들으면 별 볼일 없지만 ‘뮤즈’라는 노래다. 궁상맞게도 첫사랑에 애착이 오래가는 타입인데 왠지 몰라도 앞으로 만들 곡들에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다. 발매되지 않은 이유는 너무 마이너하고 대중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웃어 보였다.
본인의 경험이 곡 작업에 얼마큼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할 뿐이더라. 자책하기보다 그런 경험들을 노래로 풀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하는 패턴에 대해 “작사, 작곡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굉장히 빨리 만드는 편이다. 사실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방향을 잃게 되고 잘 안 만들어지는 것 같다. 10분 만에 구상을 끝내고 작사와 편곡,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단계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만한 감성과 속도라면 프로듀싱 실력도 그에 못지않을 터. 프로듀싱을 전문적으로 배웠는지 물으니 “한 번도 배운 적이 없고 배움의 과정에 있다. 감사하게도 대표님께서 음악 장비들을 지원해주셔서 엔지니어가 작업하는 걸 보고 집에 가서 그대로 따라해 보며 체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아끼지 않는 곡이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묻자 “최근에 만든 ‘오늘 하루만’이라는 노래로 곧 발매될 예정이다. ‘오늘 하루만 내 곁에 있어줄래, 내일은 널 잊어볼게’라는 가사로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곡으로는 ‘Switch’를 꼽았지만 가수로서 활력을 되찾게 된 노래는 따로 있다고. “‘Be your light’로 팬에게 처음 메시지를 받아봤다. 한 팬 분이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내 노래를 캡처해 보내주면서 노래가 좋다며 앞으로도 응원하겠다는 한 마디가 정말 감동이었다. 그동안 다들 나를 몰라준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듣고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해야겠다 싶은 계기가 되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아직 공식 팬 카페가 없는 시티에게 생각해둔 팬덤명이 있는지 묻자 곧바로 “‘시티’에 걸맞은 ‘시티즌’ 또는 시티만의 놀이공원이라는 의미에서 ‘씨랜드’”라며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의 음악적 삶에 귀감이 된 롤모델을 물으니 “크러쉬의 음악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당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스타일이 몹시 신선했고 충격이었다. 현재 선망의 대상이자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은 헤이즈이고 해외 아티스트 중에서는 라우브(Lauv), 제레미 주커(Jeremy zucker), 코난 그레이(Conan Gray)”를 차례로 언급했다.
이어 친한 동료로는 “공기남과 대학 선배인 원호(1ho) 형, 동기인 찬(Chan)이 있다. 찬은 내가 좋아하고 인정하는 친구인데 잘 될 줄은 알았지만 나보다 잘 될 줄은 몰랐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또한 닮은꼴에 대해 “영상 댓글로 신세경이 많이 언급되더라. 얼핏 보면 박보검을 닮았다고도 들어봤는데 아무래도 욕먹을 것 같다”며 민망해했다.
못다 한 이야기가 많은 시티에게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묻자 “재미있게 보고 있는 버라이어티 예능 tvN ‘플레이어’와 ‘신서유기’에 출연해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 같은 음악 예능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촬영 중에는 열심히 자신을 뽐내다가도 인터뷰를 시작하자 진중하고 성숙한 내면으로 반전 매력을 과시한 시티. 평소의 모습을 물으니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나만의 시간에 집중한다. 또 좋아하는 매운 음식을 시켜 먹거나 고양이와 놀면서 지낸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그에게 최종 목표를 묻자 “올해는 저작권료로 100만원을 벌어 할머니께 침대를 사드리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어 국내뿐 아니라 빌보드 차트에 올라 저스틴 비버 같은 솔로 팝 가수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설은주
의상: COS
스타일리스트: 연미령, 동흠
헤어: 코코미카 혜영 부원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정민 부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