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라진다"…시중은행 '월세대출' 만지작

입력 2020-08-20 14:10   수정 2020-08-20 14:12

임대차 3법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전세가 줄고 월세가 급증하자 은행권이 월세 자금대출의 상품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월세대출은 주택도시기금이 청년층에 지원하는 정책 대출이 유일하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최근 월세대출 상품의 수익성 검토에 착수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전세 소멸론이 확대되면서 내부적으로 월세 대출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당장 상품을 출시하려는게 아니라 일단 수요와 수익성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정부의 대출 지원 제도는 월세보다 전세에 집중돼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전세대출은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 등 5개가 넘는다. 여기에 은행권을 포함하면 수 백 개에 달한다.

실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은행계정) 잔액은 94조556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14조원가량이 증가했다. 전셋값 상승과 수요 확대에 따른 결과다.

반면 월세대출은 한정적이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기금이 취급하는 청년 전용 보증부월세대출, 주거안정월세대출이 유일하다. 대상도 만 19세~만 34세로 제한되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청년 전용), 보증금 1억원 이하(주거안정), 월 최대 40만원 이내 등의 조건도 따라붙는다.

은행권에서는 월세대출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주택자금으로 활용되는 건 전세대출과 동일하지만 신용대출처럼 소멸하기 때문에 언제든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거치형인데 반해 월세는 월세를 지급하면 사라지는 소멸형"이라며 "전세대출보다 신용대출에 가깝다"고 했다.



은행권이 월세대출 상품을 내놓는다면 보증기관(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기반으로 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운용되는 전세대출과 동일한 형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월세대출이 나온다면 보증부 여신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며 "보증기관 보증서를 담보로 월세대출을 집행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대출 한도는 전체 월세 계약기간으로 환산해 정해진다. 월세 50만원으로 2년을 계약했다면 한도는 전체 월세 납부액인 1200만원(월 50만원x12개월x2년)이 되는 식이다. 지급 방식은 매달 집주인에게 직접 입금하거나, 차주가 마이너스통장과 같이 인출해 지급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월세대출과 함께 신용카드 월세 납부가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카드의 '마이 월세'가 대표적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6월부터 월 200만원 한도로 월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사가 실거주 여부를 확인해 집주인의 동의를 얻으면 세입자가 신용카드로 월세를 결제한다. 수수료는 2% 안팎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세입자가 월세를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집주인 계좌로 돈을 먼저 넣어주고, 이후 세입자로부터 정산을 받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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