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전당대회 사흘째인 19일(현지시간)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대선 후보 조 바이든과 함께 올해 대선(11월 3일)에 나설 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했다.
민주당은 해리스의 후보 확정에 앞서 찬조 연설자로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첫 여성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내세워 유색인종이자 여성이란 ‘이중 유리천장’을 깬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 확정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부각시켰다.
해리스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호텔에서 한 후보 수락 연설에서 “어머니가 나를 낳으셨을 땐 내가 여러분 앞에서 이 말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 부통령 후보직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이번주는 미국 수정헌법 19조(여성참정권 허용) 통과 100주년”이라며 여성참정권 확대에 기여한 인물들을 거론한 뒤 세상을 떠난 어머니 얘기를 꺼냈다. 해리스는 자신의 어머니가 열아홉 살에 인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를 만났고, 흑인 여성이자 인도계 혈통이란 점을 자랑스러워하도록 자신을 키웠다고 소개했다. 해리스의 어머니 샤말라 고팔란은 유방암을 연구하는 과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고,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임을 강조하며 ‘반이민’ 정책을 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해리스는 “우리는 변곡점에 서 있다”며 “흑인이든, 백인이든, 라틴계든, 아시아계든, 원주민이든 우리가 공통으로 원하는 미래를 이뤄가기 위해 우리 모두를 한데 통합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를 겨냥해 “(그는) 우리의 비극을 정치적 무기로 삼는 대통령”이라며 “트럼프의 리더십 실패가 삶을 희생시켰다”고 코로나19 대처 실패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바이든과 함께 미국을 위한 싸움에 나서자”고 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독립혁명박물관에서 한 찬조연설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대통령직을 또 하나의 리얼리티쇼로 취급했으며 대통령직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는 자신과 친구들을 제외한 다른 누군가를 돕기 위해 대통령의 능력을 사용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며 “그 실패의 결과 미국인 17만 명이 사망하고 수백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최악의 충동이 촉발되고 미국의 세계적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민주적 제도가 전례없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패한 힐러리는 찬조연설에서 “4년 전 사람들은 ‘트럼프가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투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가 그때처럼 ‘이렇게 됐을 텐데, 이렇게 될 수 있었는데,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는 선거’가 돼선 안 된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힐러리는 4년 전 대선 때 총 득표수에서 300만 표 가까이 이기고도 주별 대의원 확보 숫자에서 뒤져 백악관 입성에 실패했다. 당시 경선 때 막판까지 경합했던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층이 전폭적으로 힐러리를 지지하지 않은 것도 패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펠로시는 “우리나라는 역사상 최악의 보건·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누가 (위기 극복을) 방해하느냐,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과 트럼프”라고 말했다. 올해 11월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이겨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현재 미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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