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어떻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대한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진단이다.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라졌던 바이러스가 돌아온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은밀하게 퍼지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뒤늦게 확인되고 있다. 국내 확산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평가하는 이유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확인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이날 낮 12시 기준 676명이다. 전날보다 53명 늘었다. 안디옥교회, 청평창대교회 등 13곳에서 추가 전파가 진행됐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것 외에 다른 감염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 환자는 18명으로 늘었다. 60대가 8명, 70대 이상이 5명으로 고령층이 대다수다.
마포구 푸본현대생명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7명, 강동구 둔촌구립푸르지오어린이집 관련 확진자는 8명이다. 경기 안양 분식집을 통해 13명이, 충남 천안 동산교회를 통해 4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CBS에 이어 SBS 상암프리즘타워도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다. SBS는 “어린이집 교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사옥 전체를 21일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이들은 감염 연결고리가 확인된 사례다.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르는 ‘깜깜이 감염’은 지난 7~20일 2주간 14.7%에 이른다. 2주간 확진자 1847명 중 272명은 감염 경로조차 모른다는 의미다.
늦은 여름에 시작된 코로나19 재유행이 가을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날씨가 쌀쌀해져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좋은 가을철 대유행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좀 더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검사 대상자는 빠짐없이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권 부본부장은 “집회에 참석한 사람과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중 아직 검사받지 않은 사람은 꼭 검사 받아달라”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19일 오후 6시 기준 3263명이다. 양성률은 20%에 육박했다. 방역당국이 확보한 이 교회 방문자 중 검사를 거부하거나 소재를 알 수 없는 사람은 700여 명이다.
부산시는 21일부터 시내 7개 해수욕장을 폐장하고 PC방, 뷔페 등 고위험시설의 운영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이달 31일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전라북도는 20일 광화문 집회 참석자 명단 확보에 차질을 빚자 전세버스 회사에 탑승객 명단을 의무적으로 작성해 제출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인천과 전라남도는 시와 도내 모든 지역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인천 남동구에 있는 열매맺는교회 신도 등 15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마스크 미착용 시민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지현/인천=강준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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