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PC방 업주들이 가게를 내놓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사업 규모가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먼저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래방과 PC방은 지난 19일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며 영업이 금지돼 앞으로 더 많은 매물이 쏟아질 전망이다.
20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노래방 3만여 개 중 1만6000여 개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PC방은 2만여 개 중 9000여 개가 수도권에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공인중개사는 “코로나19 사태 후 노래방과 PC방 매물이 20% 이상 늘었다”며 “권리금을 받지 않겠다면서 내놓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필수 서울시노래연습장업협회장은 “서울·경기 노래방의 50% 이상이 가게를 내놨다고 보면 된다”며 “‘도저히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업주가 많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노래방 업계 매출 상황이 나빠 정말 좋은 자리에 있는 매물이 아니면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다”며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는 권리금이 2억원이던 메인 골목의 전용면적 264㎡ 노래방을 현재는 권리금 없이도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보증금과 권리금을 합쳐 4500만원이었던 한 가게는 얼마 전 3000만원에 팔렸다”며 “지금은 그렇게 해도 아예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 업주 한 명은 1억6000만원을 들인 가게를 절반을 깎은 8000만원에 내놓아 겨우 팔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노래방 업주 김모씨는 “보증금을 다 까먹었는데도 임차한다는 사람이 없어 가게를 못 비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천 연수구에서 PC방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방학인 8월이 가장 장사가 잘되는 성수기인데 이렇게 닫으면 임차료와 전기료 낼 돈도 없다”며 “이미 2월부터 적자였는데 운영 중단까지 하게 돼 신용대출을 받으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19일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하면서 클럽 등 유흥주점과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PC방 등 12개 고위험 시설은 운영이 중단됐다. 고위험시설 운영 중단은 별도 해제 조치가 있을 때까지 적용돼 사실상 무기한이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업주들이 3월에 내려졌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어 이번에 내려진 2단계 조치에 대해 ‘사실상 폐업 강요나 다름없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일부 업주들은 “여태껏 방역에 충분히 협조했는데 ‘방역 실패’의 책임을 자영업자들에게 덤터기 씌우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PC방 업계를 대표하는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의 최윤식 이사장은 “정부가 업계와 사전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영업 중단 조치를 하면서도 보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며 “좌석 띄어 앉기, 전자출입명부 작성 등 방역 정책에 협조했는데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한 코인노래방 업주는 “PC방, 노래방 같은 힘 없는 영세업체들만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영업이 중단됐다”며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스타벅스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에는 왜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고위험시설에 속하지 않은 업종의 소상공인들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소인 PC방과 노래방이 사라지면서 생길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상권에 여러 업종이 모여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같이 살 수 있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업종이 사라지면 상권이 붕괴된다”고 했다.
김남영/최다은/김동현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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