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포터가 보는 美 '정치산업' 폐해

입력 2020-08-20 18:04   수정 2020-08-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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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자 마이클 포터가 최근 펴낸 《정치산업》이란 저서에서 한계에 부닥친 미국 정치 시스템을 정면 비판했다. 포터는 미국 정치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복점(duopoly) 구조가 오래 지속되면서 거대한 정치산업 복합체를 형성했고 복합체가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복합체는 로비스트와 거액 기부자, 싱크탱크, 미디어, 선거 전략가 등이 꾸미는 대규모 비즈니스 생태계다. 2016년 미 대선에서 이 복합체가 생산, 소비한 금액만 160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의 웬만한 산업보다 큰 규모다.

포터는 다른 산업이라면 벌써 신규 진입, 즉 제3의 정당이 설립됐을 텐데 진입장벽에 막혀 새 경쟁자를 만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인 3분의 2 이상이 신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신당 창당은 번번이 이뤄지지 못했고 기존 복합체를 공고히 하는 싱크탱크만 늘었다. 현재 미국 전역의 싱크탱크는 1835개에 이른다.
싱크탱크 1835개…'복점' 공고화
양당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 시스템은 국민을 절반으로 나뉘게 했고 분열을 가속화시켰다. 1970년 이전까지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공화·민주당 의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2000년대 이후 통과된 건강보험법이나 도드프랭크법, 조세감면법 등은 진영 논리에 의해 한쪽 정당의 일방적인 지지만 얻어낸 법안이다.

그 결과는 미국 연방정부의 신뢰성 추락이었다. 1958년에는 미국 국민의 75%가량이 정부를 신뢰했다. 하지만 지금은 20%도 채 미치지 못한다. 국가 문제 해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생각해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공화·민주 양당 모두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1%가 넘는다.

미국의 건국 모토는 유럽 정치와 구별 짓기이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제도가 지금은 무력화되고 있다. 미국 기업가들이 미국의 가장 약한 고리로 우려하는 부분이 정치 시스템이라는 하버드대 설문 결과도 있다.

정당의 양극화에서 나오는 불만과 분노는 미국 국민을 고립화시키고 자기 편만 옳다고 하는 ‘편향적 정체성’만 강화시켰다. 정치가들은 그 속에서 진영 논리를 앞세운 막말 등의 수사를 휘둘러 ‘아메리칸 드림’만 갉아 먹었다.
갈등 조장, '아메리칸드림' 무력화
미국만이 아니다. 정치학자 새뮤얼 파이너는 1960~1970년대 영국의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은 보수당과 노동당 양당 체제의 폐해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양당은 경쟁적인 주장만 하다 막대한 비용 낭비와 정책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는 게 그의 논지다.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정부가 된 셈이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선을 보는 미국인들의 심정은 착잡하고 복잡할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새로운 정책이나 거대한 국가 플랜은 도외시한다. 양 진영 간 막말과 험담이 쏟아진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약하거나 끔찍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응답이 43%에 이른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53%)보다는 10%포인트 앞선다. 둘 중에 차악을 뽑아야 한다는 게 미국인들을 힘들게 한다. 영국처럼 경제에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도 수사적 수준에서만큼은 적대적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입법에서도 진영 논리에 의해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통과가 이뤄지고 있다. 이념적인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전개될 조짐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경제는 일류지만 정치는 삼류라는 게 자칫 변하지 않는 명제가 될까 두렵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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