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는 다른 산업이라면 벌써 신규 진입, 즉 제3의 정당이 설립됐을 텐데 진입장벽에 막혀 새 경쟁자를 만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인 3분의 2 이상이 신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신당 창당은 번번이 이뤄지지 못했고 기존 복합체를 공고히 하는 싱크탱크만 늘었다. 현재 미국 전역의 싱크탱크는 1835개에 이른다.
그 결과는 미국 연방정부의 신뢰성 추락이었다. 1958년에는 미국 국민의 75%가량이 정부를 신뢰했다. 하지만 지금은 20%도 채 미치지 못한다. 국가 문제 해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생각해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공화·민주 양당 모두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1%가 넘는다.
미국의 건국 모토는 유럽 정치와 구별 짓기이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제도가 지금은 무력화되고 있다. 미국 기업가들이 미국의 가장 약한 고리로 우려하는 부분이 정치 시스템이라는 하버드대 설문 결과도 있다.
정당의 양극화에서 나오는 불만과 분노는 미국 국민을 고립화시키고 자기 편만 옳다고 하는 ‘편향적 정체성’만 강화시켰다. 정치가들은 그 속에서 진영 논리를 앞세운 막말 등의 수사를 휘둘러 ‘아메리칸 드림’만 갉아 먹었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선을 보는 미국인들의 심정은 착잡하고 복잡할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새로운 정책이나 거대한 국가 플랜은 도외시한다. 양 진영 간 막말과 험담이 쏟아진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약하거나 끔찍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응답이 43%에 이른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53%)보다는 10%포인트 앞선다. 둘 중에 차악을 뽑아야 한다는 게 미국인들을 힘들게 한다. 영국처럼 경제에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도 수사적 수준에서만큼은 적대적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입법에서도 진영 논리에 의해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통과가 이뤄지고 있다. 이념적인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전개될 조짐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경제는 일류지만 정치는 삼류라는 게 자칫 변하지 않는 명제가 될까 두렵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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