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강구하는 와중에 서울에서 두 곳의 재건축구역이 해제 절차를 밟는다. 지난 3월 정비사업 일몰 대상에 포함됐던 곳들이다. 주민 반대 비율이 높을 경우 ‘공공재개발’과 ‘공공참여형 재건축’ 으로 전환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릉6·신수2 구역해제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성북구 정릉6단독주택재건축구역에 대한 일몰기한 연장안이 ‘부동의’ 의결됐다. 지난 4월 심의에서 한 차례 재심의 결정이 났다가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해제 수순을 밟는 것으로 이번에 최종 확정된 것이다.▶본지 3월 9일자 A26면 참고
정비사업 일몰제는 사업 진척이 더딘 구역을 해제하는 절차다. 조합설립과 사업시행계획인가 등 단계마다 기한을 두고 있다. 2012년 1월 31일 이전 정비계획이 수립된 구역에서 승인된 추진위원회의 경우 지난 3월 2일까지 조합을 설립했어야 한다.
정릉6구역재건축은 정릉동 506의 50일대 약 5만6000㎡에 몰려 있는 낡은 주택들을 아파트로 다시 짓는 사업이다. 2009년 일찌감치 조합을 설립했지만 2011년 법원에서 조합설립이 취소된 이후 추진 주체를 다시 꾸리지 못했다. 3월 일몰을 앞두고 주민 동의를 받아 ‘데드 라인’ 연장을 신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지자체가 심의를 통해 일몰 여부를 따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주민 갈등이나 사업 정체 현황, 역사·문화 가치 등을 평가해 직권해제를 결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사업 동의율은 62%였지만 반대 비율도 4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며 “도계위 결정에 따라 구역해제를 위한 후속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포구 신수2단독주택재건축구역은 이달 3일부터 구역해제를 위한 주민공람을 진행 중이다. 정릉6구역과 마찬가지로 지난 3월 일몰 기한 연장을 신청했던 곳이다. 하지만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비율이 43%를 넘어 도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급 늘리려면 ‘당근’ 필요”
올해 초 정비사업 일괄 일몰 대상에 들었던 서울 재개발·재건축구역은 모두 24곳이다. 해제가 결정된 정릉6구역과 신수2구역을 제외한 22곳 가운데 압구정특별계획3~5구역 등 19곳은 조합설립 기한이 2년 연장됐다. 나머지 3곳 가운데 방배동 삼호아파트의 경우엔 아직 심의가 열리지 않았다. 여의도 목화아파트와 미성아파트는 재심의에서 연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일몰 연장 신청조차 주민들이 아닌 영등포구청이 나섰던 곳이어서 해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는 주민 반대 비율이 높지 않다면 일몰 기한 연장을 최대한 받아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참여형 재건축에서 비슷한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심 7만 가구 공급’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주민 갈등 요인이 없어야 하는데 이렇다 할 ‘당근’이 없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던 곳이 위기에 몰렸을 때도 회생시킬 카드가 없는데 해제구역 등에서 신규 사업지를 발굴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반대하는 주민 비율이 낮아질 수 있도록 사업성을 높일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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