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올 가을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의 실업 대란을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개최된 ECB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을 인용해 20일(이하 현지시간) 이 같이 보도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ECB 집행이사회 참석자들은 노동시장이 다른 경제 부문에 비해 회복이 뒤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설문조사를 보면 고용이 생산에 뒤처지고 있다"면서 "가계의 예방적 저축이 소비지출을 억누르면서 고용과 소득이 줄고 있고, 앞으로도 감소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유로존 실업률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미국에 비해 안정된 양상을 보였다. 유럽 각국이 대규모 자금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감원을 억제한 영향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지원이 무한정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노동시장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 2분기 유로존 고용자는 전 분기 대비 2.8% 감소했다. 1995년 관련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450만명이 일자리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ECB 집행이사들은 만약 올 후반 각국 정부의 재정지원이 사라지면 실업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ECB 집행이사들은 "취약한 사업 전망과 높은 불확실성이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실업대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코로나19 재확산도 변수로 거론된다.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집행이사들에게 "주요 경제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며 "다시 봉쇄 조치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면서 수출 수요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다음 달 10일 열리는 ECB 집행이사회에서는 추가 완화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CB가 양적완화 규모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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