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 폭염 속 만 번이 넘는 번개가 떨어지면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주민 수만명이 대피하는 가운데 목숨을 건 탈출 영상까지 올라왔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는 19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17~19일 72시간 동안 캘리포니아주 북부와 중부 곳곳에서 1만1000건의 번개가 떨어져 36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24건은 대형 산불로 번졌다.
NYT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만 15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와인을 재배하는 나파 카운티와 산타크루즈, 산마테오 카운티 등에는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선 벤투라와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이 있는 모하비 국립 자연보호구역도 불에 탔다. 새크라멘토에서 남서쪽으로 약 56km 떨어진 페어필드 고속도로는 화염에 휩싸였다.
실제로 트위터에 공개된 피해 주민들의 영상에는 현장의 참혹함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차량을 타고 탈출 중인 피해 주민 옆으로 화염이 가득하고 불씨가 날아들어 아찔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나무에 온통 불이 붙어 그을음이 생겼고 도로 바닥에도 불씨가 옮겨 붙어 위험천만한 모습이다.
한 영상에는 피해 주민이 망연자실한 듯 불이 휩싸인 지역을 촬영하기도 했다. 상공은 시커먼 재와 붉은 화염이 가득했고 도로가 불로 가로막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림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번개로 촉발된 일명 'LNU 번개 복합 화재(LNU Lightning Complex)'라 불리는 산불이다. 실리콘밸리 동부 일대에는 'SCU 번개 복합 화재'로 명명된 산불이 최소 10만2000에이커(약 410㎢)를 태웠다.
경찰은 캘리포니아 북부 바카빌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주립 교도소와 수감자 의료시설의 사람들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윌 파워스 캘리포니아 산림소방청 대변인은 이 지역에서 화염에 휩싸인 주민 4명이 화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캘리포니아 중부에서는 소방헬기가 샌프란시스코 남쪽에서 258km 떨어진 프레즈노 카운티에 물을 뿌리려다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화재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섬 주지사는 18일 주(州) 전역에 화재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