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골프산업 상반기를 점령한 키워드다. 관용성은 클럽 페이스 어디에 공이 맞아도 날아가는 방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클럽 특성이다. 한마디로 치기 쉽다는 얘기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골프존마켓에 의뢰해 올 상반기 주요 골프용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관용성을 강조한 브랜드의 클럽들이 판매 순위(수량 기준)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존마켓은 국내 오프라인 골프용품 시장 점유율(20%) 1위 업체다. 이곳의 판매량은 골프용품산업 순위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드라이버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페어웨이 우드와 유틸리티에서도 1위 자리의 주인공은 핑이었다. 골프존마켓의 판매 순위에 따르면 상반기 최고 판매액(판매량 기준)을 기록한 우드와 페어웨이 역시 G410인 것으로 조사됐다. 골프존마켓 관계자는 “골퍼들은 우드와 하이브리드를 드라이버와 같은 브랜드로 통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드라이버의 퍼포먼스가 좋으면 나머지 클럽의 성능도 그럴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타이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테일러메이드가 드라이버 부문에서 2, 3위를 휩쓸며 핑을 바짝 추격했다. 테일러메이드는 SIM(2위)과 M6(3위)로 ‘드라이버 명가’의 자존심을 세웠다. 2020년 신제품인 SIM은 출시 전부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들고나와 골퍼들의 눈과 귀를 쏠리게 했다. SIM의 이전 모델인 M6는 페이스에 레진을 넣는 ‘스피드 인젝션’ 기술로 모든 클럽의 퍼포먼스를 균일하게 유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선수 클럽과 일반 아마추어 골퍼가 쓰는 클럽의 퍼포먼스가 같다는 이미지를 강조해 꾸준한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골프용품 전통 강자 젝시오의 성적도 두드러졌다. 젝시오의 젝시오11 모델은 드라이버(4위), 우드(2위), 유틸리티(2위), 아이언(3위)에서 모두 ‘톱4’에 이름을 올렸다. 함께 출시한 젝시오X가 비거리에 중점을 뒀다면 젝시오11은 관용성에 중심을 둔 클럽이다. 골프용품업계 관계자는 “비공인 고반발 채가 아니고는 유명 브랜드 제품의 비거리는 별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 많이 깔려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웨지에선 타이틀리스트가 1, 2위를 휩쓸었다. 타이틀리스트 웨지 브랜드 보키의 SM8과 SM7이 1분기와 마찬가지로 나란히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클리블랜드(RTX4)가 3위, 캘러웨이(JAWS MD5)가 4위로 뒤를 이어 치열한 시장 다툼을 짐작하게 했다. 5위에는 포틴의 FH 포지드 V1 모델이 처음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다.
퍼터에선 캘러웨이 오디세이의 스트로크랩19가 1위에 자리하며 상반기 ‘대세’ 퍼터로 떠올랐다. 말렛형인 이 퍼터 역시 ‘방향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1분기 4위에 오르며 선전한 신생 브랜드 버크가 SF 시리즈로 3개월 만에 2위까지 뛰어올라 눈길을 끌었다. 퍼터 전통 강자 타이틀리스트 스카티카메론(2020 SELECT)이 버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볼 부문에선 이변 없이 타이틀리스트의 Pro V1과 Pro V1x가 1, 2위를 쓸어갔다. 국산 브랜드 볼빅의 VIVID가 3위, ‘타이거 효과’를 앞세운 브리지스톤의 New TOUR B가 4위에 등극하면서 신흥 볼 강자로 올라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관련뉴스